경제·금융 정책

'주고 받기' 본격화 예고속 쌀·의약품등 곳곳에 암초

민간품목 제외 일반품목 합의수준 의견조율 할듯…북핵사태 후폭풍도 촉각


반환점을 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양국은 이번 제주대전(大戰)에서 핵심쟁점을 제외한 내용들은 합의를 끌어낼 계획이어서 FTA의 윤곽이 어느 정도까지는 드러날 전망이다. 그러나 쟁점 추리기에 앞서 미국이 사실상 처음으로 우리나라의 아킬레스건인 ‘쌀 개방’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4차협상 순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마찬가지로 미측이 ‘딜 브레이커’(협상 타결의 최대 장애물)로 간주하는 ‘개성공단 특례’ 인정 문제도 우리측의 요구 강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고받기식 협상 본격화=3차협상에서 양국은 이미 상대방의 상품ㆍ농산물ㆍ섬유 개방계획을 1차로 주고받았다. 미국은 섬유를 비롯한 상품에서 보수적 개방안을 내놓았으며 우리측은 농산물 분야에서 개방을 최소화한 양허안을 제시했다. 양측은 이에 4차협상에서 진전된 개방안을 놓고 협상하기로 하고 지난 13일 각각 상대방에 대한 요구사항들을 제시했다.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이번 상품 개방안 협상에서는 ‘가지치기’를 해 중요한 품목을 제외한 일반 품목들은 합의 수준의 의견 조율을 이뤄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이번 협상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11월 중 2차 개방안을 교환할 계획이다. 금융ㆍ투자ㆍ서비스 부문에서도 실제 개방에서 제외할 업종 등을 가려내고 세부 내용을 협의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미측이 4차협상에서 처음으로 ‘쌀 개방’ 문제를 구체적으로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협상 곳곳 암초, 치열한 기싸움 예고=쌀 문제가 아니라도 이번 4차협상 곳곳에는 지뢰가 도사리고 있다. 타결까지는 아니더라도 진전이 필요한 핵심쟁점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측이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반덤핑 제재 완화 등에 미측의 대답이 아직 없다. 반면 우리측은 미국의 반덤핑 및 상계관세 부과 등으로 그동안 373억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피해를 입은 만큼 꼭 미국 제도를 뜯어고치겠다는 자세이다. 한때 협상 파행을 불러왔던 의약품 분야도 양측 입장이 강하게 맞서고 있다. 미국은 보험약으로 등재된 의약품 가격을 매년 물가상승과 연동, 인상해달라는 등 간단하지 않은 요구들을 해오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미국이 다른 국가와의 FTA 체결에서도 이번 주장을 관철시킨 전례가 있는지 관련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의약품 특허 문제도 미측이 다국적 제약사의 특허권리를 대폭 강화하기 위해 신약의 특허기간 연장 및 오리지널 의약품의 임상시험 자료 독점권 인정 등을 요구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자동차 수출 확대를 위해 미측은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 폐지를 계속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측은 수용하지 않을 계획이어서 역시 충돌이 예상된다. ◇북핵 후폭풍 협상 덮치나=진행형인 북핵 후폭풍이 한미FTA 협상에 어떻게,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4차협상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경제ㆍ통상 협상에 정치ㆍ안보 문제가 영향을 주고 있는 특이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우리측 협상단이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는 특례를 얼마나 강하게 요구할지 주목된다. 김종훈 우리측 수석대표는 국회 한미FTA 특위에 “계속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지만 개성공단 사업 자체의 중단을 바라는 미측에 이를 거세게 요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아울러 대북제재를 놓고 한미간 균열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협상은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이례적이기는 하지만 미측이 대북제재를 놓고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한미FTA 협상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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