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급락 후 지루한 횡보를 지속하는 가운데 자사주 취득에 나서는 코스닥 기업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어 주목된다.
코스닥시장이 바닥권을 형성한 뒤 반등하는 시점에서 자사주 취득 공시가 집중됐던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바닥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2, 3월 자사주 취득 공시 급증 = 12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현재까지 코스닥기업들의 자사주 취득 공시는 총 2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건)의3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1월에는 5건에 불과하던 것이 2월에는 16건으로 급증했다.
3월들어서는 10일 현재까지 오늘과내일[046110], 이라이콤[041520], 경동제약[011040], 동일기연[032960], 엔터기술[068420], 이노칩[080420], 심텍[036710] 등 7개사가 자사주 취득 공시를 했으며 이런 추세라면 월 말까지 20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는 1월 5건, 2월 3건, 3월 6건의 자사주 취득 공시가 있었으며 연간으로는 총 73건, 월 평균 6건을 기록했다. 앞서 2004년에는 1월 8건, 2월 6건, 3월 1건등 112건의 공시가 있었고 2003년에는 1월 8건, 2월 3건, 3월 15건 등 60건이 있었다.
◇ 자사주 취득은 '바닥권'에서 = 2003년 이후 코스닥 기업들의 자사주 취득 공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자사주 취득공시 건수는 월별, 연별로 큰 차이를 보였으며 이는 주식시장의 움직임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3월 상장사들의 정기주총이 몰려있는 등의 계절적인 요인과는 큰 연관성이 없었지만 매년 자사주 취득 공시가 집중됐던 시기는 코스닥지수가 그 해 저점을 기록했던 시기와 일치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자사주 취득 공시가 가장 많았던 달은 4월(10건)과 5월(9건)로 코스닥지수가 연초 급등세에 급락세로 돌아선 뒤 단기 바닥을 형성했던 시기다.
2004년은 5월(14건), 6월(11건), 7월(14건) 자사주 취득 공시가 집중적으로 늘어났으며 뒤이어 8월 초 코스닥지수는 사상 최저가(320.54)를 기록했다.
2003년 역시 연중 최저가를 기록한 3월(10건) 한 달 간 한해 자사주 취득 공시의 4분의1이 집중됐다.
◇ "내 주식은 내가 안다" = 회사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회사 경영진들이 자기 회사 주식 취득을 결정한다는 것은 그만큼 앞으로 주가 움직임을 낙관하고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단기간 주가 낙폭이 커진 데 대한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주가 부양 요구를 수용한 측면도 있지만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회사 가치를 평가해 손해볼 일을 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박정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자기 주식을 사두면 손해 볼 것이 없다는현실적인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는 기업들이 실적이나 업황 등 펀더멘털 측면에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사 주식이 저평가 상태에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기업들이 그만큼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신동민 대우증권 연구원은 "자사 주식을 기업 가치에 비해 싸다고 느끼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시장 전반적으로 바닥권 인식이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단순히 자사주 취득 공시만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박 연구원은 "간혹 자금조달 등을 쉽게 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기업들도 있어 자사주 취득 공시를 낸 기업이라도 실적과 재무 상태를 꼼꼼히살펴본 뒤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가증권시장은 코스닥시장과 달리 자사주 취득과 관련해 뚜렷한 움직임이없는 상태다.
올 들어 현재까지 유가증권시장의 자사주 취득 공시 건수는 1월 7건, 2월 5건으로 작년 월 평균(6.6건) 수준을 유지했으며 3월 들어선 아직 1건도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