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출범 이후 규제 일변도였던 부동산 정책이 서서히 풀리는 징후일까. 28일 정부가 지방의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을 대부분 해제하기로 해 강공 일변도의 부동산정책에 변화조짐이 보이고 있다. 정부의 입장이 이같이 변화한 것은 지방의 미분양이 10만가구를 넘어서 주택시장뿐 아니라 지역경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주택시장이 침체된 것이 아니라 안정된 것으로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어 큰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방의 경우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해제뿐 아니라 금융규제를 더 풀어 시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방시장 피폐화=그 동안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투기대책을 시행하면서 지방시장은 극도의 침체 국면으로 들어섰다. 수도권과는 다르게 수요보다 공급이 넘치는 지방의 분양시장의 경우 청약률 ‘0’단지가 속출했으며 이달 현재 10만가구가 넘는 미분양 물량을 양산하게 됐다. 실제로 부산 지역은 주택가격 파괴현상까지 빚어지면서 3.3㎡당 300만원짜리 기존 주택이 속출하고 있다.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무색할 정도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상한제 여파로 밀어내기식 분양이 속출하면서 수도권에서도 미분양이 예상돼 전국적인 미분양은 20만가구에 달할 전망이다. 여기에 미입주 사태까지 빚어지면 주택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지방경기 살리는 데 역부족(?)=투기과열지구가 추가 해제돼도 지방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지방 부동산 경기를 살릴 수 있는 추가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투기과열지구 추가 해제 조치로 수도권과 부산 해운대구, 울산 남구와 울주군만 남고 전국이 투기과열지구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이번 투기과열지구 해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부동산 경기가 바닥권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7월2일 24곳, 9월13일 11곳 등 두차례에 걸쳐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했지만 부동산경기가 되살아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산 지역에 분양을 준비 중인 주택업체의 한 관계자는 “사업지를 그대로 묶어둘 수 없어 하는 수 없이 분양을 한다”며 “20%만 분양돼도 매우 성공했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추가조치 필요=부동산 전문가들은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살리려면 투기과열지구와 주택 투기지역 해제뿐 아니라 총부채상환비율(DTI),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완화하는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분양가상한제를 앞두고 이달과 오는 12월 전국적으로 10만가구 분양물량이 쏟아지면 지방시장뿐 아니라 수도권까지 미분양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정부의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이번 조치로 지방의 미분양을 일정 부분 해소해 당분간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는 있겠지만 지방 부동산시장 자체를 살려내기에는 힘들 것”이라며 “신규 분양 주택을 사는 사람에 한해 양도세를 5년간 유예해주는 등 추가적인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