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8월 20일] 대미관계 강화와 외교 균형

최근 리비아 주재 우리 외교관이 추방된 일과 관련해 양국관계 악화와 그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또 이란의 핵개발에 대응한 UN결의 경제제재 참여문제를 둘러싸고도 국익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해결이 그리 간단하지 않은 것은 이들이 모두 미국과 연관돼 오해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리비아와 관련해서는 우리 외교관의 활동이 통상적인 기업 활동지원 정보 수집을 넘어 국가안보와 관계된 그것도 미국을 위한 정보를 캐내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더 가까워진 美, 멀어지는 中·러

또 이란과 관련해서는 이란계 은행의 서울지점 폐쇄가 미국이 주도한 대이란 금융제재조치의 핵심사항으로 파악되고 있다. 즉 우리 정부의 외교적 행위와 결정이 독자적인 것이기보다는 미국의 입김에 영향 받은 듯한 인상을 줘 아랍국가들의 반발이 더욱 거센 것이다. 사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한미 관계는 그 어느 시기보다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의 한 언론기관의 보도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국에 대한 언급이 유럽이나 일본 등에 비해 훨씬 많았을 정도로 친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행동으로도 드러나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서울 개최를 지지하는 등 외교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줬다. 특히 천안함 사태 이후 보여준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은 혈맹으로서 미국의 존재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기에 충분했다.


현재와 같이 미국에 크게 의존한 외교정책이 실리적인 측면에서 과연 긍정적인 부분만 있는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천안함 관련 UN 의장성명 채택과정에서 보여준 중국이나 러시아의 애매한 태도와 서해상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중국의 민감한 반응은 미국과의 관계가 더욱 긴밀해질수록 그만큼 한반도 주변 다른 세력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관련기사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이나 노무현 정권초기의 '동북아 구상' 등은 해방 후 미국 일변도의 외교구도에서 벗어나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노선을 추구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그 때문에 오랜 우방인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기도 했고 또한 벼랑 끝에 몰렸던 김정일 정권을 회생시켜줬다는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지만 사실 실리적인 면에서 도움이 됐던 부분도 없지 않다.

그 시기에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우리의 최대 교역상대국으로 부상했으며 러시아를 비롯한 동구권 국가들과의 경제교류도 더욱 활발졌다. 또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비록 나중에 미국산 쇠고기 통관재개를 둘러싸고 엄청난 홍역을 겪기도 했지만 사실 우리 상품의 미국시장 접근을 거의 무한으로 가능하게 만든 성공적인 협상이었다.

당시 한국사회와 정권 내부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던 반미기류가 없었던들 그와 같은 유리한 협상타결이 가능했을지는 의문이다. 이제 정권이 바뀌고 그러한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은 상황에서 한미 FTA 재협상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어쩌면 그러한 질문에 대한 반증일 것이다.

명분·실리·국제정서 고려를

외교관계는 상호호혜를 원칙으로 이뤄지며 따라서 얻는 것이 있으면 그에 대한 반대급부를 치르게 마련이다. 물론 요즘과 같이 남북관계의 긴장이 고조돼 있는 상황에서 긴밀한 대미관계는 분명 소중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한쪽에 지나치게 치우친 외교관계가 언제까지나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너무 부족한 것도 문제이지만 너무 과한 것도 바람직하지 않으며 따라서 명분과 실리, 그리고 국제정세의 역학관계를 적절히 고려한 균형 잡힌 외교정책 기조가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