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에 이어 노르웨이계 해운지주회사인 골라LNG가 국내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서 외국자본의 국내기업 사냥 바람이 다시 불어닥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대한해운의 2대 주주인 골라LNG는 2ㆍ4분기 실적보도 자료에서 ‘대한해운에 대한 투자는 재무적인 측면뿐 아니라 전략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대한해운에 대한 M&A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이 같은 인수합병 의사는 그동안 재무적 투자로 알려진 것과는 다른 것이어서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골라LNG는 지난해 12월부터 노르웨이 선박전용 투자펀드인 펀리폰즈와 손잡고 대한해운 지분을 꾸준히 매집해 현재 두 외국자본의 지분율은 33.1%에 이르고 있다.
이는 국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 35.2%에 근접하는 것이어서 마음만 먹으면 경영권 장악이 가능한 수준이다.
다행히 대한해운의 경영진이 골라LNG의 적대적 M&A 가능성을 사전에 감지하고 오래 전부터 우호지분 확보 등 경영권 보호를 위한 대책을 강구해왔기 때문에 당장 골라LNG의 적대적 M&A가 성사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자본의 영향력에 비추어 앞으로도 SKㆍ대한해운처럼 외국자본의 적대적 M&A 위협에 직면할 수 있는 기업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6월 말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비중이 시가 기준으로 43.6%에 이르는 가운데 삼성전자ㆍ포스코ㆍ국민은행ㆍ현대차 등 우량기업들의 경우 최고 지분율이 80%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외국인투자가의 경우 기본적으로 경영권에 관심이 없고 또 수많은 투자자들로 분산돼 있기 때문에 경영권을 위협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한해운을 비롯해 삼성전자ㆍLG전자ㆍ대림산업ㆍ현대상선 등 상당수 기업들의 경우 외국인 2대 주주의 지분율이 10%를 넘는 경우도 적지않아 마음만 먹으면 적대적 M&A를 시도할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미국 GE 시가총액의 20% 정도에 불과한 78조원 정도면 국내 10대 그룹의 상장법인 모두를 인수할 수 있을 정도로 국내 주식시장은 취약하다.
적대적 M&A를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그러나 경영권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기업경영을 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불필요한 경영권 위협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면에서 우선 기업들은 투명경영을 통해 주가수준을 높게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 아울러 상호출자 제한,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등 경영권 방어에 방해가 되는 제도도 하루 속히 개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