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한 금융시장의 동요는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만 그 여파가 미국의 실물경제로 확산될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며 이에 따라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주택경기 침체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며 “모기지 시장 위축은 미국의 주택경기 침체를 장기화하고 부동산 및 건설, 모기지 산업의 일자리 감소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최대 모기지업체 컨트리와이드의 안젤로 모질로 최고경영자(CEO)는 “주택경기 둔화가 미국 경제를 침체로 몰고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부동산 경기 침체의 파장이 우선 고용시장과 소비시장으로 전이되고 있음이 감지된다. 미 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6월 새로 생긴 일자리는 32만3,300개로 전년 동기 대비 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모기지 회사들이 최근 직원 2만명을 해고했는데 이는 미국 경제가 최근 한달간 창출하는 신규 일자리의 15%에 해당된다. 앞으로 주택경기가 더 침체하면 부동산가에서 대규모 실업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소비시장 둔화는 신용카드 연체율 증가에서 나타난다. 신용카드 분석 전문사이트인 카드웹닷컴(cardweb.com)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신용카드 연체율은 3월 이후 3개월 연속 하락해 6월 4.62%를 기록했으나 7월 들어 4.64%로 소폭 상승했다. 이는 1년 전의 4.18%에 비해 무려 0.46%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카드웹닷컴의 CEO 로버트 매킨리는 “모기지 위기로 인한 신용경색 때문에 오는 4ㆍ4분기에도 신용카드 연체율이 상승할 것”이라며 “변동금리 모기지 상환 부담이 늘고 있는 것이 결과적으로 신용카드 등 다른 부채를 갚는 능력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기지 부실이 미국인들의 소비위축으로 연결시키는 고리는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모기지 연체율 증가다. 은행과 모기지 업체들이 서브프라임 부실에서 발생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차입자들에게 더 높은 연체 이자를 물리고 이에 따라 대출금의 연체율이 증가하는 ‘신용경색의 악순환’ 현상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마이너스 부(富)의 효과’까지 나타나면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부동산 조사업체 리얼티트랙은 7월 유질처분된 주택이 17만9,599채로 전년도에 비해 93%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유질처분이란 모기지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거나 상환 시한을 넘길 경우 해당 주택에 대한 소유권을 채권자인 모기지 업체들이 회수하는 절차다. 모기지시장 부실의 확산은 돈을 빌려 집을 산 미국인들에게 빚상환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비영리기구인 ‘네이버후드 어시스턴스 코러페이션 오브 아메리카(NACA)’가 10억달러의 기금을 마련해 4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모기지 구제 프로그램에도 현재까지 5만명이 몰렸다. 비영리기구인 노바데트의 다이안 그레이 이사는 “모기지 채무자들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채권딜링회사인 핌코의 빌 그로스 회장은 “모기지 위기로 200만명가량의 미국인이 집을 잃을지도 모를 위기에 처했다”면서 “백악관이 크라이슬러를 구제할 수 있다고 하면 모기지 위기로 타격받고 있는 미국 서민층을 돕지 말란 법이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아닌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들을 구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업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블룸버그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 기업어음(CP) 발행 잔액은 안전자산인 국채 선호 현상으로 지난 일주일간 4.2% 줄어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2일 기준으로 주간 CP 잔액은 902억달러 줄어든 2조400억달러를 나타내 직전 주의 911억달러 감소에 이어 2주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앨런 물랄리 CEO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금융시장 경색으로 포드에 심각한 역풍이 몰아치고 있다”면서 “FRB가 지금은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절박한 시점”이라며 금리인하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