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빈은 계속 두텁게만 두고 있다. 우변을 뒷맛좋게 정비한 백10이 바로 두터움의 전형이다. 장쉬는 자기의 비세를 잘 알고 있지만 떼를 써볼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흑15는 장차 흑27로 내려서서 끝내기 이득을 보겠다는 수로 반상최대라 할만하다. 그러나 일본기원 검토실의 고바야시 고이치는 더 급한 자리가 있었다고 하며 사위인 장쉬가 오늘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것은 참고도1의 흑1 이하 백4였다. 이 수순을 거친 후에 비로소 하변을 두는 것이 올바른 진행이었다는 것. 위빈은 지체없이 백16을 두었고 이 자리에 백돌이 놓이자 참고도2의 백1 이하 7로 차단하는 통렬한 수단이 생겼다. 흑은 기세상 8로 끊어 패를 할 수밖에 없는데 이 패는 백으로서는 꽃놀이패인데 흑으로서는 대마의 사활이 걸린 다급한 패인 것이다. 장쉬는 그 패를 읽고 있었지만 후수로 보강할 수도 없는 입장이므로 계속 손을 빼고 있다. “위빈이 패를 안 하고 그냥 판을 끝낼 심산인 모양이에요.”(고마쓰 9단) “아니. 언젠가 하긴 하겠지. 결정적인 순간에 말이야.”(고이치 9단) 흑27은 예정된 수순. 지금은 이렇게 키워 죽이는 것이 끝내기의 요령이다. 장쉬는 그냥 키워 죽이려는 것이 아니라 무서운 마지막 노림수를 간직하고 있었다. 그것은 어떤 수일까.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