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국회와 카드 수수료분쟁
조영주 금융부 기자
조영주 금융부 기자
“지금 나라경제가 어떤지나 알고 있는 겁니까. 국회의원이란 사람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싸움질이나 하고 있으니…. 당리당략 말고는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A 건설사를 경영하는 H사장의 말이다. 그는 “국회 꼴을 보면 돈 싸들고 하루빨리 해외로 떠나는 게 자식들 보기에도 덜 미안할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여야가 또다시 싸우면서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여야 모두 이유를 들이대고 있지만 대다수의 국민에게는 보기도 싫고 듣기도 싫은 ‘외계인의 웽웽거림’일 뿐이다. 민생과 거리가 먼 그들만의 ‘상쟁(相爭) 정치’이기 때문이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둘러싼 싸움판도 이와 비슷하다.
지난 1일 비씨카드가 이마트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맞제소’라는 칼을 뽑았다. 이마트가 비슷하게 수수료를 올린 KBㆍLG카드는 취급하면서 비씨카드만 거래를 거절하는 것은 부당한 차별행위라는 게 제소 이유다. 9월1일 이마트가 비씨카드 결제를 전면 중단하고 비씨ㆍKBㆍLG카드를 담합 및 거래상 지위남용을 이유로 공정위에 제소한 것에 대한 반격이기도 하다.
이제 비씨카드와 이마트의 수수료 분쟁은 ‘경제적 논리’ 싸움에서 벗어나 타협하기 힘든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이로 인해 비씨카드와 까르푸가 수수료율을 2.0%로 인상하기로 합의하면서 타결조짐을 보이던 카드업계와 다른 할인점간의 분위기도 다시 악화될 태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까르푸가 수수료를 인상하기로 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이마트가 수수료 인상 협상을 진행 중인 할인점을 대상으로 물러서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비씨의 공정위 제소는 이마트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비씨카드 회원들은 9월1일부터 두달 넘게 이마트에서 카드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비씨카드 회원은 무려 2,000만명에 달한다. 이마트 68개 매장에서만 하루 수십만명의 소비자들이 비씨카드를 이용해왔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이들 소비자들이 겪는 불편함을 짐작할 수 있다.
국민이 국회의원을 선출할 때 ‘좋은 법 만들고 나라살림 잘 감시하라’는 뜻이었다면 카드를 발급받는 회원들은 ‘카드를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는 편리함을 약속받은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분쟁은 이와 무관한 싸움이다.
국민이 민생을 생각하지 않고 상쟁을 일삼는 정치인을 외면하듯 소비자의 편익을 고려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카드사와 할인점에도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yjcho@sed.co.kr
입력시간 : 2004-11-02 1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