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10년간 1만8,000명 필요…원자력 관련학과 증원·지원 늘려야

[녹색성장의 화두, 원자력 발전] <4> 인재가 경쟁력, 전문인력을 양성하라<br>원자력융합 학과 개설·해외석학 유치<br>고교부터 특화 교육과정 운영등<br>중장기적 인력 수급계획 마련 시급

지난해 말 기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직원의 평균 연령은 46.4세로 신규 채용이 꾸준히 이뤄지지 않으면 향후 5~10년 내 업무공백과 기술력 저하가 우려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원자력공학과는 공대 내에서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이공계 기피 현상에다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전공하겠다는 학생이 줄어들어 정원을 채우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올 입시에서 원자력공학과의 입학 경쟁률이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건설 사업을 수주하면서 원자력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한 데 따른 결과다.


원자력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이 신규 채용을 크게 늘리면서 원자력 전공자들의 몸값도 크게 올랐다. 원자력 전공이 개설된 대학에는 구인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데려다 쓸 만한 우수 인재는 많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정보기술(IT)이나 신소재, 바이오 등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자력 인력 양성에 관심을 덜 기울이고 투자를 소홀히 한 탓이다. 원자력 인재 양성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2020년까지 공공기관에서만 1만여명 충원 필요=우리나라의 원자력분야 종사 인력은 지난 2008년을 기준으로 2만1,460명이다. 원자력계는 앞으로 10년간 추가로 1만8,000여명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공공기관에서만 약 1만여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 신고리 1~4호기 등 8기의 원전이 현재 건설되고 있는데다 추가로 10기가 더 지어질 계획이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에 이어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네덜란드 등 해외 원전사업 수주도 추진하고 있어 인력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해외 원전을 수주하더라도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원자력발전 인력양성 대책 마련에 서두르고 있다. 원자력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올해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사업 중 1개를 원자력 분야에 새로 배정하고 앞으로 5년간 15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대ㆍ포스텍ㆍ울산과기대가 경쟁하고 있다. 선정된 대학의 경우 새로운 원자력 관련 융합전공이 개설되고 해외 석학 유치도 추진된다.


산업계 수요를 반영한 교육과정과 교재를 개발해 대학에 보급하고 현장 수요와 대학교육과의 불일치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년에 원자력분야 설치학과의 교육프로그램에 대해 수요자 관점에서 평가를 실시해 교육 전반에 컨설팅을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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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에너지 분야 마이스터고로 지정돼 원자력을 비롯한 에너지 분야에 특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수도전기공고처럼 고교 단계에서부터 원자력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최종배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정책과장은 "원자력 인력양성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대학생 논문연구 등에 대한 지원을 꾸준히 확대할 것"이라면서 "우주소년단처럼 원자력소년단 같은 조직을 만들어 어릴 때부터 원자력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D 강화 위해 원자력 관련 학과 지원 늘려야=원자력계는 원자력산업이 설계에서 건설, 운영ㆍ보수 등 분야가 다양해 기계ㆍ전기ㆍ건축 등 비원자력 학과 출신자가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경쟁력의 원천인 연구개발(R&D)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R&D 인력을 양성하는 원자력관련 학과의 정원을 늘리고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원자력 R&D 분야와 안전ㆍ규제 분야는 그동안 건설, 운영ㆍ보수 등 다른 분야에 비해 신규 인력의 유입이 원활하지 않아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직원의 평균 연령은 46.4세. 당장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신규 채용이 꾸준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50대 이상의 직원이 퇴직하는 향후 5~10년 내에 업무 공백과 기술력 저하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 원자력 관련 학과 설치 대학은 서울대를 비롯해 한양대, 경희대, 조선대, 제주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동국대 등 7개다. 이들 대학에서 연간 배출되는 전공자는 250명(석ㆍ박사 포함) 안팎이다. 그리고 이들 중 160명 정도가 관련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김종경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정부 계산대로라면 앞으로 매년 발생할 신규 인력 수요 가운데 순수 원자력 인력은 10%인 180명 정도인데 현재 연간 250명가량이 배출되고 있어 적당한 수준이라고 하지만 타분야로 진출하는 경우를 감안할 때 현재 정원은 부족하다"고 밝혔다.

원자력 르네상스가 도래하면서 관련 학과를 신설하려는 대학이 늘고 있기는 하다. 부산대는 내년부터 원자력 관련 전공을 학부과정에 신설하고 전문대학원도 새로 설치하기로 했다. 경북대와 울산과기대도 기존 에너지공학부를 확대해 원자력발전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정범진 제주대 에너지공학부 교수는 "R&D 분야의 경우 전문인력 양성에 최소 3~5년이 걸리는 만큼 선제적이면서도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인력 수급 계획을 짜야 한다"면서 "원자력 산업계에서도 대학이 고급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투자를 늘리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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