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자금 달러 이탈 가속] 출구전략 일러야 내년3월… 리스크자산으로 U턴

미 고용부진·국채금리 하락<br>달러가치 약세 빨라져 유로화대비 2년만에 최저<br>아시아정크본드 발행 회복<br>미 금융위기전 성행했던 현물지급채권 다시 발행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출구전략이 내년 3~4월로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그동안 양적완화 축소에 대비해 바짝 움츠렸던 글로벌 자금이 다시 고수익을 쫓아 리스크 자산으로 이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악화된 미국의 고용지표는 이러한 자금 흐름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촉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2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이날 예상을 밑도는 미 고용지표가 발표된 후 약식 보고서를 통해 "연준의 첫 자산매입 축소 시기는 내년 3월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재정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다는 전제 아래 양적완화 축소가 내년 4월 무렵이 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씨티은행 역시 출구전략 시기로 내년 3월을 지목했다.


앞서 미 노동부는 9월 비농업 부문 신규 취업자 수가 시장 예상을 크게 밑도는 14만8,000명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실업률은 전월 대비 하락했지만 저조한 경제활동참가율을 감안하면 이는 고용시장 전반이 활력을 잃었기 때문을 풀이된다.

뉴욕 소재 BNY멜론의 마이클 울포크 글로벌시장 전략가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낮은 실업률은 경제활동참가율이 3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며 "9월 고용지표 보고서를 볼 때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은 명백하게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미 정치권의 예산전쟁으로 달러화 자산에 대한 불안이 고조된 가운데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용시장 여건도 예상보다 악화하면서 연준이 당분간 출구전략을 실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자 글로벌 자금시장에는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출구전략 우려에 고공 행진하던 국채 금리는 하락하고 달러화 가치 하락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전인 9월5일 2.994%까지 치솟은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3일 2.496%까지 하락했다. 유로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약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양적완화 지속 전망으로 금리가 떨어지는 한편으로, 미 재정에 대한 우려 속에 8월부터 시작된 외국인 투자자들의 달러화 자산 이탈이 출구전략 지연 가능성에 더욱 가속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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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지난 5월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 이후 급속도로 얼어붙었던 고수익 리스크 자산은 다시 글로벌 자금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월 이후 빠르게 위축됐던 아시아 정크본드(투기등급 채권) 시장이 지난달부터 살아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시장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5월까지 월 평균 25억달러 규모에 달하던 아시아(일본 제외) 정크본드 신규발행 규모는 6~8월 6억달러까지 급감했다가 최근 한 달 사이에 다시 21억달러까지 회복됐다. 최근 인기가 살아나면서 한때 8%를 웃돌던 아시아 정크본드 금리는 현재 7%대 후반으로 떨어진 상태지만, 예상 밖의 미국 경기 부진으로 초저금리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신흥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재개되면서 지난 여름 통화 방어를 위해 보유 외환을 대거 방출했던 신흥국의 외환보유액도 다시 늘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JP모건 분석을 인용, 한국과 터키ㆍ브라질ㆍ멕시코 등 10개 신흥국이 4~7월 사이 줄어든 외환보유액 400억달러를 지난 2개월 동안 메워왔으며 특히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ㆍ4분기 1,630억 늘어 사상 최대치에 달했다고 전했다.

미국 금융시장에서도 고위험 상품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FT에 따르면 미국 기업은 고수익에 목마른 투자자금을 끌어 모으기 위해 과거 금융위기 이전에 성행했던 현물지급(PIK) 채권을 다시 발행하기 시작했다. PIK 채권은 기업이 자금난에 처할 경우 이자를 현금 대신 채권으로 지급할 수 있는 조건으로 발행되는 것으로 경기 과열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다만 달러화 약세와 리스크 자산으로의 회귀가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싱가포르은행의 외환전략가인 심 모 시옹은 "달러화 약세가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중기 전망이 달라질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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