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가계 체감경기 급랭 "불안가중"

기업·가계 체감경기 급랭 "불안가중" 한은·통계청 내년 경기전망 기업과 가계의 경기전망이 매우 어두워지고 있다. 예상보다 4ㆍ4분기 경기가 급락하면서 체감경기가 더 나빠지는 가운데 최근의 금고ㆍ은행파업 등으로 인해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게다가 내년 2월까지 마무리하기로 한 4대부문의 구조조정에 대한 확신도 가질 수 없는 상황이어서 가계와 기업의 소비와 투자 등은 더욱 보수적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이 같은 감소가 예상된 일이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급락할 경우, 잠재경제성장률마저 침해할 수 있어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정부는 1ㆍ4분기에 정부가 제한적 경기부양정책과 증시부양을 통해서 위축된 소비심리를 회복, 경기의 급락을 방지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실효성에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위적인 경기부양과 증시부양이 오히려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기업 국내 기업들은 4.4분기중 기업경기가 전분기에 비해 매우 나빠진 것으로 느끼고 있으며 내년 1.4분기에는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매출액 15억원 이상 2천893개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4분기 제조업 업황 BSI는 75로 전분기 97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또 내년 1.4분기의 제조업 업황전망을 묻는 조사에서도 BSI가 67에 불과, 전분기전망치(107)보다 크게 낮았다. 특히 내년 1.4분기에는 수출기업보다 내수기업의 경기전망이 더욱 안좋아 수출업체들의 제조업 업황전망 BSI가 전분기(113)보다 다소 떨어진 84인 반면 내수기업은 전분기(105)에 비해 크게 떨어진 67을 나타냈다. 한은 관계자는 "대부분의 업종에서 매출 둔화, 재고 증가, 채산성 악화 등이 나타나면서 체감경기가 나빠지고 있다"며 "내년 1.4분기에도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고 수출기업과 내수기업간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4.4분기 BSI를 업종별로 보면 조선ㆍ기타운수(113)가 기준치(100)를 상회한 반면 목재ㆍ나무(47).펄프ㆍ종이(61),비금속광물(61) 등은 매우 부진했다. 또 제품재고수준 BSI도 전분기(106)보다 높은 113을 기록했고 내년도 전망BSI도113을 나타내 재고압력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설비투자실행BSI와 채산성BSI도 각각 전분기의 101과 86보다 낮은 93과 74로 나타나 설비투자도 둔화되고 수익성에 대한 기업의 전망도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계 일반 소비자들은 현재의 경기 뿐만 아니라 향후 6개월후의 경기도 매우 어두운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재의 경기에 대한 평가는 2년만에 최악인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들의 이같이 소비를 급속히 줄이면 내수의 위축을 더욱 가속시켜 경제성장률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의 가계소비 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평가지수는 68.8로 지난 달의 77.5에 비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수는 지난 4월의 101.2에서 5월 97.6으로 100아래 떨어진 뒤 6월 98.9, 7월 98.0, 8월 96.4, 9월 90.0, 10월 77.5로 7개월째 위축되고 있다. 소비자 평가지수 100은 소비를 줄인 가구와 늘린 가구가 같은 수준이고 100미만이면 소비를 줄인 가구가 더 많다는 뜻이다. 현재의 경기에 대한 평가도 56.6으로 지난 달의 70.6보다 대폭 떨어져 경기에 대한 평가가 매우 나쁜 것을 알 수 있다. 향후 6개월 후의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소비자 기대지수도 89.8에서 82.4로 하락, 5개월 연속 떨어졌다. 경기에 대한 기대는 77.3에서 63.9로 가계생활에 대한 기대는 93.6에서 82.4로 하락, 5개월 연속 떨어졌다. 이 같은 소비심리 위축에는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과 더불어 현재의 가계수입이 지난 해 같은 달에 비해 줄었고 주택ㆍ토지ㆍ금융ㆍ주식의 등 자산도 가치가 떨어졌다고 개인들이 느끼기 때문이다. 1년 전과 비교한 가계수입 변동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를 나타내는 가계수입평가지수는 83.3으로 지난 달의 86.6에 비해 하락했다. 또 주식시장이 나빠지면서 주식의 자산가치는 49.5정도로 나쁜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어음부도율 구조조정과 경기 악화로 인한 기업들의 어려움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자금경색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의 부도가 속출하고 어음의 부도율이 급증하고 있다. 대우자동차의 법정관리와 11ㆍ3기업 퇴출 등으로 인해 어음부도율과 부도금액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또 부도업체수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신설법인수는 급감하고 있다. 특히 서울은 부도업체수가 늘고 부도금액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11월중 어음부도율 동향'에 따르면 11월중 어음부도율은 0.63%로 지난달의 0.22%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부도금액도 눈덩이처럼 늘어나 11월에만 5조1,797억원이 발생했다. 이는 올 2ㆍ4분기 부도금액 4조6,179억원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에서만 약 4조5,000억원의 부도가 발생, 부도금액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어음부도율이 대우자동차의 부도금액 증가, 동아건설ㆍ대한통운ㆍ삼성자동차 등의 부도로 전월의 0.21%에서 0.64%로 상승했고 지방도 인천ㆍ군산 등의 대우자동차 지방공장의 부도로 인해 지난 달의 0.27%에서 0.51%로 2배가 넘게 늘어났다. 부도업체수도 계속 늘고 있다. 11월에만 646개업체가 부도가 나서 지난 달의 606개에 이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의 부도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은 지난달에 221개였던 것이 이번 달에는 266개로 늘어났고 지방은 지난달에 385개였던 것이 380개로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신설법인의 수는 줄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8대도시의 신설법인수는 2,826개로 지난 달의 2,990개보다 감소, 부도법인에 대한 신설법인수의 배율은 지난달의 11.6배에서 9.8배로 하락했다. 이 같은 어음부도율의 악화 등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기업들의 자금경색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내놓는 각종 지원대책이 은행들의 보수적인 자금운용 등으로 인해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신용보증기금을 통한 보증확대 등의 대책과 한은의 총액한도대출 등이 얼마나 자금경색 해소에 효과를 내느냐에 따라 어음부도율 등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용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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