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이 숭상되고 간편이라는 이름의 획일이 군림하는 곳에서 '멋'을 찾기란 힘든 일이지만, 황량한 사회에 윤기를 돌리자면 잃었던 '멋'을 되찾고 새로운 '멋'을 발굴해야 한다." 1968년 9월 22일자로 창간호를 낸 오락잡지 '선데이서울'의 창간사 중의 한 문장이다. 여기서 '멋'이 의미하는 바는 40~50대라면 모두가 알 것이다.
해방공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잡지의 창간사를 통해 우리 현대 문화사를 살펴보는 책이 나왔다. 천정환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낸 '시대의 말 욕망의 문장:123편 잡지 창간사로 읽은 한국 현대문화사'가 바로 그것이다.
한국 현대 문화사를 읽기 위한 텍스트가 하필 잡지일까. 그것도 창간사일까. 저자는 "잡지 문화 '주체'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대중과 국가다. 앎의 계층구조와 대중지성의 상황이 잡지 읽기 문화를 결정한다. 잡지는 다른 매체보다 더 선명히 계층 문화와 취향의 차이를 반영한다"고 봤다.
나아가 "잡지의 제호와 창간사에는 그 잡지의 발행인이나 편집위원 또는 동인들이 시대와 사회를 어떻게 보는지 또 '왜' 그 잡지를 창간(해야) 하는 지에 대한 생각이 집약된다"고 덧붙였다.
책은 해방 이후 1940년대부터 10년 단위로 나누어 각 시대별 잡지의 창간사들을 소개하고 비판적으로 읽어나간다. 3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