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인터넷 상거래업체인 이베이의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야르(사진)회장은 지난해 10월 에드워드 스노든으로부터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비밀감청 자료를 받아 폭로했던 글렌 그린월드 전 가디언 기자와 함께 신생 독립언론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린월드가 미 정부에 미운 털이 단단히 박힌 데다 정보기술(IT)업체의 신뢰를 추락시켰는데도 "저널리스트라면 평생 한번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이 같은 아이러니는 '스노든 사태'를 바라보는 실리콘밸리의 정서를 잘 드러낸다. "스노든은 반역자"라는 워싱턴 정가와는 달리 정반대로 미 IT 종사자들에게 스노든은 영웅이라는 얘기다.
시카고트리뷴은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90% 이상은 스노든이 정보 자유의 슬로건을 몸으로 실천한 용감한 내부고발자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매출 규모가 크건 작건 스노든을 비판하는 IT 기업인은 찾아보기 힘든 반면 NSA의 비밀 감청과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서는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브래드 스미스 MS 고문은 최근 회사 공식 블로그에 "정부 사찰 행위는 악성코드나 사이버공격과 같은 지능적이고 지속적인 위협"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뒤 "정부가 고객 정부를 얻고 싶으면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나 마리사 매이어 야후 CEO도 "NSA 감청 활동은 고객 신뢰를 흔들고 있다"며 "잘못된 일은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애플, 구글, MS, 페이스북 등 미국 8개 주요 IT기업들은 이른바 '정부감시 개혁연합'을 결성하고 실력행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은 지난 6일 한 로비스트 단체를 공동 고용해 워싱턴 정가에 압력을 넣는 한편 백악관과 의회에 서한을 보내 인터넷 감시 활동을 제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광고 게재, 정부 감시사이트 개설 등 여론전을 전개하는 한편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밝힌 NSA 개혁안이 불충분하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늘어놓고 있다.
/뉴욕=최형욱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