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감사원은 구룡마을 개발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강남구청의 갈등에 대해 박원순 시장과 신연희 구청장에게 '주의'를 촉구했다. 시와 강남구가 긴밀히 협의해 구룡마을 개발사업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도록 실행 가능한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앞서 강남구청은 서울시가 별도 공람 없이 기존의 수용방식 개발안을 일부 환지 방식으로 바꿔 결정한 것은 무효라고 주장했다"며 "하지만 외형상 하자가 명백하지 않아 무효로 보기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논란이 됐던 특혜 시비에 대해서는 "개발사업이 구역 지정 고시까지만 진행된 현재 상황에서 특혜 여부를 판단하기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계기관 협의 과정과 관련해서는 시와 강남구청 양쪽에 문제를 제기했다. 감사원은 "서울시는 강남구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은 채 기존의 개발 제안과 다른 안건을 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했다"며 "하지만 강남구는 도계위 심의 의결 직후에 해당 내용을 알 수 있었음에도 4개월이 지나서야 뒤늦게 이견을 제기했고 이견은 구역 지정 전 제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이 서울시와 강남구 모두를 지적하며 긴밀한 협의를 요구했지만 답보상태에 빠져 있는 구룡마을 개발이 정상화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개발계획을 놓고 대립해왔던 시와 강남구가 대승적 차원에서 쉽게 양보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일단 서울시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받아들여 강남구와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전체 토지 가운데 2~5%를 환지해주는 내용의 환지 개발방식을 유지하는 등 큰 틀에서의 개발계획은 유지하되 세부적인 사안에서 의견조율이 가능한지 여부를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명노준 서울시 도시개발팀장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그동안 시가 견지해온 입장과 같다"며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이 오는 8월 고시 실효를 앞두고 있는 만큼 조속히 사업이 정상화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남구는 환지 방식으로 개발하면 대토지주에게 특혜를 줄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구룡마을을 100% 수용·사용 방식으로 환원해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환지 방식을 철회하고 전면 수용·사용 방식으로 구룡마을을 개발해야 한다"며 "환지 방식이 조금이라도 포함된 개발안에 대해서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전했다.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은 8월2일 고시 실효를 앞두고 있어 그때까지 양측이 합의하지 못하면 사업이 취소된다. 지난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정비계획을 발표한 후 3년 이상 끌어온 사업이 전면 백지화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