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의 보고서는 회원국의 에너지 정책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평가한다는 점에서 우리로서는 귀담아 들을 만하다. 올겨울 최악의 블랙아웃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 수급기반을 갖추는 일은 발등의 불이다. 단지 공공재라는 이유로 전력시장을 과잉보호해 효율성 문제를 초래하고 국민 불편을 가중시키는 게 아닌지 정확히 따져봐야 한다. 전력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해 민간 발전소가 늘어난다면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고 전기요금도 내려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은 일찍이 구조개편과 시장개방을 통해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넓혀왔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
정부도 공기업 위주의 발전시장에 민간사업자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속도를 내야 한다. 다음달 내놓을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이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 역대 정부가 전력산업 개편작업을 추진하다 기득권의 반발에 부딪혀 포기했듯이 벌써부터 대선을 의식해 몸을 사린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금처럼 한전과 발전자회사ㆍ전력거래소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전력난의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전력은 국가의 핵심 인프라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발전용량 확충과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체계를 갖춘다는 원칙 아래 경쟁을 촉진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시장구조를 바꿔나가야 한다. 공기업과 민간 부문의 역할을 새롭게 설정하고 적정한 전력단가 산정 문제나 거래시스템 개편방안 등 보완책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IEA가 최소 15%를 인상해야 한다고 권고했듯이 전력요금의 현실화 문제도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