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시중은행 주총후유증 심각

서울·외환銀, 행장 돌연사퇴 '뒤숭숭'은행권의 「주총 후유증」이 심각하다. 돌연한 은행장 사의 표명·관치인사 파동 등 어두운 구름들이 이제 막 대우사태의 태풍에서 간신히 벗어난 은행 주변을 뒤덮고 있다. 특히 국민·외환·서울 등 「갈등의 뱅크」들은 최고경영자 공백 경영진 내부 갈등 노조와의 대립 등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다. 한마디로 「방향타가 없는 배」다. 이 속에서 해당 은행 조직은 다가오는 2차 구조조정의 급류에 대한 불안함과 대안부재로 흔들리고 있어 자칫 금융시장의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비어 있는 국민은행장 집무실=김상훈(金商勳) 국민은행장은 여전히 정상 출근을 못한 채 은행연합회에서 일을 보고 있다. 노조는 다른 은행과 합병을 할 경우 사전에 노조의 동의를 받을 것을 요구하는 「합병 동의각서」를 요구, 金행장의 행보를 제약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를 용인할 리 없는 만큼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 노총은 27일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金행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등 톤을 낮추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은행의 정상화가 총선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경영진 내부에도 정리할 문제가 남아 있다. 행장 경선에 나섰던 서상록(徐相祿)·김연기(金年棋) 상무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은행장을 시켜달라고 비상임이사들을 섭외하고 다니던 인물들과 호흡을 맞추기는 어렵지만 金행장이 정상적으로 집무에 들어간다고 해도 이들을 쉽게 정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노조와 경영진뿐 아니라 경영진 내부, 또 이들과 이해가 맞닿아 있는 간부들까지 가세한 갈등구조는 그 자체로 「코스트」라는 지적이다. ◇외환은행, 계속되는 내홍과 출혈=이갑현(李甲鉉) 행장의 돌연한 사의표명으로 아직까지 혼란 속에 있는 외환은행 역시 내홍(內訌)으로 인한 출혈이 심각하다. 李행장은 일단 27일자로 3일간의 휴가를 신청했다. 사의표명 이후에 대해 이사회의 결정과 절차를 기다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주주인 코메르츠방크 등의 의사를 물어 행장 직무대행 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다. 李행장의 사의표명이 내부의 갈등때문이었던 만큼 외환은행은 상처를 치유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사의표명 당일 밤까지도 『그럴리 없다』고 강변할 정도로 李행장에 매달려온 경영진이 있는가 하면, 한때 李행장이 「동반 퇴진」의 대상으로 검토했던 임원도 있다. 일부 중견 간부들은 경영진은 물론이고 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노조까지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실망과 자조(自嘲)로 조직이 뒤숭숭하다. ◇서울은행, 불거지는 배신의 목소리=서울은행 직원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가뜩이나 은행 진로가 표류하고 있는 터에 「믿었던」 신억현(辛億鉉) 전 행장대행마저 석연치 않은 이유로 퇴진하자 맥이 잔뜩 빠져 있다. 특히 은행을 위한 결단이 아니라 개인의 거취와 관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직원들은 허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진로에 대해서는 아예 「체념 속의 기다림」이다. 도이체방크와의 기술지원 협상이 언제 매듭지어질지, 후임 행장이 과연 오기는 오는 것인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조직은 무력하게 멈춰서 있다. ◇손놓은 감독당국=금융감독원은 요즘 3개 은행 얘기만 나오면 얼굴을 찌푸린다. 외환·서울은행장의 전격 퇴진발표와 과정에 대해서는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감정표현」을 쏟아낸다. 금감원 관계자는 『관치금융이라는 「오해」를 받아가면서 은행 구조조정작업을 벌여왔는데 현재 진행되는 사항들을 보면 허탈해진다』면서 『「시장중심」의 2차 자율 구조조정이 어떻게 진행될지 암담하기만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워낙 돌출되는 일들이 많아서 이디서부터 손을 써야될지 모르겠다』며 『총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쉽사리 개별 은행의 경영사항에 대해 개입하기도 쉽지 않다』며 한숨을 토해냈다. 성화용기자SHY@SED.CO.KR 김영기기자YGKIM@SED.CO.KR 입력시간 2000/03/27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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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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