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괴물을 만들어낸 미국의회


누구나 한번은 봤을 '프랑켄슈타인'은 공포영화의 고전이다. 영국 여류작가 M.W. 셸리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한 과학자(프랑켄슈타인)의 생명을 창조하겠다는 인간의 도를 넘어선 욕심이 얼마나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최근 미국의 한 언론은 '재정절벽(fiscal cliff)'을 의회가 만들어낸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라고 빗대었다. 금융위기 이후 국가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이것이 정치이슈가 되자 지난해 민주ㆍ공화 양당은 대립을 거듭하다가 오는 2013년부터 10년간 1조2,000억달러의 재정지출을 자동으로 삭감하기로 했다. 올 연말까지 합의가 없다면 정부지출은 내년부터 자동으로 삭감되며 각종 조세 감면 혜택도 종료된다.


미 경제에 재정절벽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월가의 투자은행들은 재정지출이 현실화되면 미국 경제가 리세션으로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실물경제의 한 축인 기업들은 이미 준비에 나섰다. 제너럴일렉트릭,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등 대기업들은 내년 채무 상환 등에 필요한 자금을 미리미리 쌓아놓고 있다. 실적 부진에 감원 칼바람도 예고되고 있다. 뉴욕 주식시장의 반응도 예민하다. 손을 털고 나가자는 분위기가 역력하고 주가지수는 큰 폭으로 출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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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조달러에 달하는 재정적자는 심각한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경제상황은 내쳐두고 감당하지 못한 일을 미국 정치권 스스로가 만든 것이 '재정절벽'이다.

대선이 2주도 채 남지 않았지만 선거 판세가 초박빙으로 흐르면서 결과를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어느 쪽이 이기더라도 극단적인 분열양상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재정절벽에 따른 엄청난 결과를 정치권도 인식하고 있는 만큼 재정삭감과 세금 감면 종료를 일부 유예하는 선에서 타협을 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지난해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초래한 극심한 대립과 치킨게임을 다시 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국가 위기 때마다 여야를 막론하고 단결하는 미 정치의 모습은 점점 옛 얘기가 되고 있다.

이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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