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등 금융기관 펀드 가능성…홍콩 줄이고 한국 주식 사재기
최근 국내 증시에 중국계 자금 유입이 활발해지면서 이들 자금의 정체와 향후 움직임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한국 주식 사재기에 나선 ‘왕서방’자금의 정체를 중국내 은행이나 자산운용사 등 금융기관 펀드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국계 자금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연속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유입된 자금은 3조 370억원에 달한다.
특히 지난달에는 1조2,380억원이 유입돼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전달의 5,394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유입된 자금은 1조7,770억원으로 불과 두 달 만에 지난해 전체 유입액(1조7,8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주식시장에서 중국의 상장주식 보유액은 올해 2월 말 기준 8조830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29.7%나 증가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로 11위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중국 자금의 움직임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기존까지 중국 자금들은 주로 소규모로 유입됐으나 최근의 움직임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중국 자금들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는 것을 고려해 이들 자금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계 자금의 성격에 따라 이 같은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될지를 판단할 수 있고 향후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중국계 자금의 주체로 ‘적격내국인기관투자자(QDII)펀드’를 지목했다. QDII는 중국 외환관리 당국으로부터 해외 자본시장에 투자할 권리를 부여 받은 금융기관이다.
이수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해외 포트폴리오 투자 주체는 국가외환관리국(SAFE), 중국투자공사(CIC)로 대표되는 국부펀드, QDII인데 각 기관의 투자 성격을 고려할 때 이번에 QDII가 한국 투자의 주체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국 정부는 12차 5개년 계획(2011~2015년)의 주요 목표인 해외투자 확대에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금융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5%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부 정책에 따라 QDII 허용 기관의 수와 규모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올 1월 기준 QDII 허용기관 수는 은행ㆍ자산운용사ㆍ보험사ㆍ신탁 등을 모두 포함해 109개이며 규모는 855억 2,700만달러에 달한다.
특히 QDII는 주체별로 은행형ㆍ보험형ㆍ펀드형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은행형과 보험형은 대외 포트폴리오 투자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펀드형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원은 “중국의 국가별 QDII 펀드 투자 비중을 보면 한국은 작년 말 기준 6.5%로 3위를 차지하는 등 꾸준히 늘고 있는 반면 홍콩은 2007년 말 79.6%에서 작년 말에는 61.2%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면서 “중국 자금의 홍콩 쏠림 현상이 완화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중국 자금의 한국 유입이 늘어 이 자금이 한국 증시 하단을 방어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