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자산 5,000억원 미만의 상장회사도 적격투자가(QIB) 시장에서 회사채 발행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업황 부진으로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는 건설ㆍ조선 업계의 중소 상장사들도 회사채 발행이 한결 쉬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회사채시장 활성화 방안 가운데 하나로 적격투자가(QIB) 시장 발행회사 범위를 자산 5,000억원 미만의 상장회사로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투자협회가 업계 의견을 모아 QIB시장 발행기업 확대 등 의견을 금융당국에 전달했다"며 "금융당국도 회사채시장 활성화 방안 가운데 하나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QIB시장은 비상장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5월 2일 개설된 것으로, 회사채를 발행할 때 금융감독원에 회사채 발행 신고서 제출과 유통에 대한 공시가 면제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재는 QIB시장을 통해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대상이 자산 5,000억원 미만의 비상장사로 제한돼 있고 이 회사채에 투자할 수 있는 업체도 전문 투자자 가운데 금융사업자와 은행, 연기금 등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1조에 명시된 곳에 국한돼 있다.
금융감독당국이 QIB제도 개선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은 개장 200일이 넘도록 시장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QIB시장은 지난 5월 2일 문을 연 이후 회사채 발행은 단 3개 업체에 그쳤고 그나마 비상장 중소기업은 에스엔텍 한 곳뿐이다. 이 시장에서 발행된 회사채 거래는 전무한 상태다.
이처럼 QIB시장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지자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일부 상장사들에도 문을 연 것이다. QIB시장을 이용할 경우 회사채 발행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등 절차가 대폭 간소화 되는 이점이 있다. 이에 따라 업황 부진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과 조선 등의 업종에서 중소 상장사들이 쉽게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학계 측 한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이 대기업 위주로 운용되고 있는데는 기관의 소극적인 태도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며 "기관들이 투자 위험성을 중시하면서 자연스레 중소기업 회사채를 사들이는 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회사채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를 기관 등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며 "이런 차원에서 QIB시장이 제 역할을 하도록 유도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회사채 시장 활성화를 위해 QIB제도 개선 외에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P-CBO란 지난 2000년 초반 시행했던 제도로 회사채를 기업별로 묶어 신용보증기금에서 보증한 뒤 신용등급을 우량으로 한 단계 올려 유통시키는 방안이다.
금융투자업계의 고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최근 QIB 제도 개선과 P-CBO도입 등이 포함된 내용을 회사채시장 활성화 대책 가운데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채권안정펀드의 경우 장기 효과 여부를 확신하기 어려워 이번 활성화 방안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