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한국, 세계특허대전에서 길을 잃다


포연이 자욱한 세계 특허대전의 한복판에 한국이 서 있다. 전쟁은 애플이 삼성에 대한 특허침해소송으로 촉발됐다. 최근에는 구글이 특허를 목적으로 125억달러라는 천문학적 돈을 들여 이동전화기 제조사인 모토로라를 인수했다. 구글의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에 의존하던 한국의 업계들은 초긴장 상태다. 이 전쟁에 한국 정보기술(IT) 산업의 운명이 걸려 있고 나아가 한국경제가 달려 있다. 전투 요원은 각국의 변리사들이다. 특허소송은 일반 소송과는 달리 기술과 법 양쪽에 대한 깊은 소양이 필요하다. 법률만 다투는 것이 아니다. 이런 전문성을 바탕으로 변리사는 현행 법률상 소송대리권을 인정받고 있었다(변리사법 제8조).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변리사들의 소송대리권이 사문화되고 있다.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들이 특허침해소송은 자기네 혼자만 해야 한다고 나서기 때문이다. 법규도, 국제관례도, 경제상황도 안중에 없다. 이는 마치 고도의 정밀기계인 전투기들을 운용하는 공중전을 단지 군인이라는 이유로 육군이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과 같다. 전쟁의 결과에 따라 목숨이 달린 국민과 국가 경제만 죽어날 판이다. 현재 국회에는 변리사들이 변호사들과 공동으로만 특허침해소송에 나설 수 있도록 제한한 개정안이 심의 중이다. 개정안은 공군의 독자 작전권을 제한하고 반드시 육군과 함께 싸우라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런데 오히려 변호사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무조건 자기네 혼자만 하겠다는 것이다. 같이 하게 되면 자기들은 들러리밖에 못 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 중 하나다. 적의 공습에 맞설 공중전에는 공군이 훨씬 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육군 혼자서도 전투기를 몰 수 있다고 떼쓰는 꼴이다. 만용이고 자기중심적 발상이다. 국가안위는 안중에 없다. 중소기업계, 과학계, 산업계 및 학계의 우려는 들은 척도 안 한다. 변호사가 다수인 국회 법사위가 벌써 2년째 법안을 묵히고 있는 사이에 이 치열한 특허대전에서 변호사의 지역이기주의 때문에 우리 경제가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입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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