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방송사 '매체비평' 기대반 우려반

MBC TV는 지난 28일 밤 매체 비평 프로그램인 '미디어비평'의 첫 방송을 시작했다. 그간 KBS의 모 프로그램에서 간간히 미디어 비평이 시도된 예는 있지만 본격적인 매체 비평이 도입된 예는 이번이 처음이다.매주 토요일 오후 9시45분부터 30분간 방송될 이 프로그램은 언론 상호간의 건전한 비평 문화를 통해 균형적인 발전을 모색한다는 취지 하에서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총 15 명의 제작진은 MBC의 보도국과 제작국을 망라하고 있는데, 전사적 협업 체제를 통해 제작된다는 점이 눈길을 모은다. 또 학계 전문가와 변호사로 구성된 상설평가위원회를 구성, 프로그램의 전 제작 과정에 참여케 해 공정한 비평의 틀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비평의 영역은 신문 방송 잡지 인터넷 매체 등 미디어의 전 영역을 표방하지만 그 주된 대상은 역시 신문 비평이다. 첫 방송 내용도 신문사들의 현안인 신문고시와 신문사간의 매체비평, 호주방송의 신문비평 사례 등으로 구성됐다. 제작진은 "신문이 방송을 비평하는데 방송도 신문을 비평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프로그램의 성격상 앞으로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문제는 어느 네티즌도 지적했듯 MBC 역시 언론의 심판자가 된 양 진실과 거짓을 저울질할 수 없다는 점. 급변하는 방송환경 내에서 MBC 역시 비판의 대상에서 결코 예외일 수 없다는 것도 물론 한 몫 한다. 얼마 전 MBC가 메인 뉴스 시간을 통해 자사 이기주의의 수위를 높였던 점도 우려를 가능케 하는 부분이다. 특히나 우리 방송환경이 신문보다는 방송에 더 공공성을 부여해 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사실상 모든 영역이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미디어 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 등 방송 관련 사안도 대상이 된다면 다룰 수 있다"고 밝혔다. 어찌 보면 해답은 첫 회 방송 분에 있을 것이다. 상호 비판이 '자사 이기주의' 식으로 흐르는 것을 담당 기자들도 우려하고 있다거나 호주방송의 비평 성공이 공영성에 있었다는 멘트는 누구보다도 제작진이 명심해야 할 사안이다. 진행자 손석희 씨는 "편파적이지 않은 보도가 전제된다면 어느 누구라도 토론의 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문 언론의 비평 문화의 제고와 오락-예능 등 제작분야에 머물던 신문의 방송비평이 보도영역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 프로그램이 우리 언론의 수준을 한 단계 상승시키는 기념비적인 프로그램이 될 지 진흙탕 속으로 가라앉는 또 하나의 답답한 프로그램이 될지는 이제 제작진의 손에 달렸다 하겠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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