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측이 `국민의 정부 도청 파문'과 관련, 현 정부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8일 "문제의 본질이 대단히 왜곡돼 있다. 정치적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모욕"이라고 정치권 일각의 `음모론'을 일축한데 대해 DJ의 측근인 최경환 비서관은 9일 "모독이나 음모 공작은 국민의 정부가 당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미림팀 도청은 흐지부지 되고 국민의 정부에게 하지도 않은 일로 뒤집어 씌우고 있다"며 "미림팀의 수천개 테이프는 다 어디로 갔느냐. 본질이 뒤집혔다"고 말했다.
최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의 최근 심기가 아주 좋지 않다"고도 전했다. 동교동측이 김 전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도 이례적이다. 김전 대통령과 관련된 중요 사안이 터질 때 마다 "담담하시다"고 말해온 것이 동교동비서진의 관례였기 때문이다.
특히 DJ측은 국민의 정부 국정원장 4명에 대한 검찰의 조사 방침이 알려지면서이들에 대한 `변론'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최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은 도청을 하지 말라는 지시대로 역대 4분의 국정원장들이 불법 도청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확실히 믿고 있다"며 "그 분들의 깨끗한 경력과 투명한 일처리로 볼때 그런 일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비서관의 입을 통해서 나오긴 했지만 DJ의 의중이 상당부분 담겨져 있는 것으로해석될 수 밖에 없는 뉘앙스다.
국정원측이 국민의 정부 불법 도청을 고백했다고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기관이 어떻게 도청을 했다는 것인지, 또 도청의 규모와 범위가 어느 정도 였는지를전혀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정원 발표의 순수성은 의심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게DJ 주변의 생각이다.
DJ의 한 측근은 "국민의 정부에서 어떤 도청이 이뤄졌다는 것인지 답답하다"며"김 전 대통령은 알지도 못하는 일로 정치 인생에서 가장 큰 수모를 당하고 있다고생각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