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부산 사상구의 한 상가건물 옥상에서 50대 가장 A씨가 스스로 몸을 던진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경찰 조사결과 A씨의 자살 사유가 대학생 아들 둘의 학비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장들의 마음을 매우 무겁게 만든다. A씨는 10년 전 다니고 있던 회사를 그만둔 뒤 부동산 사무실을 운영했으나 1억원가량의 부채만 지고 문을 닫았다. 이후 지인의 소개로 경남 지역의 한 모텔을 관리해왔지만 모텔이 매각되면서 최근 일자리를 잃게 됐다고 한다. A씨는 모텔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그동안 열심히 채무변제를 하고 가족들 생활비는 물론 서울의 사립대 등에 다니는 아들 2명의 등록금까지 마련해왔다. 하지만 앞으로 더 이상 아들들의 등록금 마련이 어려워진 처지를 비관해 결국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반값 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 집회가 서울과 부산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벌써 10여일 째 시위와 집회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10일 부산 지역 대학생과 시민 등 300여명이 참가한 '반값 등록금 촛불 문화제'에서는 A씨의 자살 사건으로 더욱 절박한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 자리에서 김종현 부산대 총학생회장은 "등록금 문제는 학생뿐 아니라 전체 시민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대학 등록금문제가 사회 이슈화되면서 학부모들의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특히 서울에서 지방, 혹은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을 보낸 학부모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라는 것이 촛불집회에 참석한 대다수 학부모들의 하소연이었다. 한마디로 '비싼 등록금과 유학비 조달'이라는 이중고에 허리가 휘다 못해 부러질 지경이라는 것이다. 지난주 촛불집회서 만난 회사원 박모(53)씨는 "서울의 한 명문 사립대에 다니는 아들의 뒷바라지에만 매년 3,000만원 넘는 돈이 들어가 사는 게 정말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연간 등록금만 약 1,000만원이고 자취방 월세 50만원에 용돈까지 합하면 박씨가 벌어들이는 연봉의 절반 이상을 쏟아부어야 하는 셈이다. 예전에는 대학을 소 팔아서 간다는 의미로 '우골탑(牛骨塔)'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지금은 자녀를 대학 졸업시키려면 부모들의 뼈마디가 부서지는 '인골탑(人骨塔)'이 돼 버렸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과연 어떤 의미인지 교육당국이 곰곰이 되짚어봐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