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영화 ‘속’이거나 ‘밖’이거나…

■ 홍상수 감독 ‘극장전’<br>‘현실같은 영화’로 인간내면 묘사<br>칸영화제 경쟁부문에 깜작 초청





영화 ‘속’이거나 ‘밖’이거나… ■ 홍상수 감독 ‘극장전’‘현실같은 영화’로 인간내면 묘사칸영화제 경쟁부문에 깜작 초청 홍상수 감독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관객을 창피하게 만드는 묘한 마력을 가진다. 그의 영화는 모두 어설프게 보이지만 음흉한 속내를 지닌 남녀가 만나 시시껄렁한 일상을 벌이는 우스꽝스런 이야기다. 인물들의 미묘한 감정선이 드러날 때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관객들은 헛웃음을 내뿜으며 얼굴이 벌개진다. 극장문을 나설 때 들 만한 생각. ‘내 일상도 스크린으로 옮기면 저렇게 될까?’ 올 칸 영화제 공식경쟁부문에 깜짝 초청돼 화제가 된 홍 감독의 신작 ‘극장전’ 역시 여전하다. 등장 인물들은 모두 언뜻 비루해 보이기까지 한 일상을 사는 이들이다. 남녀가 서로 벌거벗은 몸을 부비며 고작 내뱉는 말이 “우리 섹스하지 말고 죽자”란다. 춥다고 콜록거리는 친구 딸내미한테 선뜻 자신의 목도리를 내주더니 이내 “우리 엄마가 준 거”라며 칭칭 감은 목도리를 빼앗는다. 영화를 지배하는 이른바 ‘홍상수식 유머’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극장 앞(劇場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물론 극장(영화)에 관한 이야기(劇場傳)라고 해도 틀린 건 없다. ‘영화 속 영화’인 전반부와 영화를 본 한 관객이 극장 앞에서 우연히 여주인공을 만난 후반부로 구성된다. ‘영화 속 영화’의 주인공은 19살 고등학생 상원(이기우)와 그의 동창 영실(엄지원). 그들은 우연히 종로거리 안경점에서 만나 술을 마시고는 여관방으로 향한다. 그 날 따라 몸이 말을 안 듣는 상원은 뜬금없이 “죽으면 얼마나 좋을까”라 말한다. 둘은 수면제를 잔뜩 사서는 자살을 시도한다. 카메라는 이 영화를 보고 나온 동수(김상경)을 비춘다. 극장 앞에서 동수는 영화의 여주인공 영실을 만난다.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연락처를 묻더니 술을 함께 마시며 사랑한다 고백한다. 그리고 둘은 ‘영화 속 영화’처럼 여관방으로 향한다. 동수의 선배이자 영실의 영화 감독은 간암으로 오늘내일 하는 상태. 둘은 하루 간격으로 감독을 찾아가서?눈물을 보인다. 영화의 재미는 ‘영화 속 영화’와 ‘영화 밖 영화’가 반복되는 데 있다. 그저 상원과 동수의 대사가 엇비슷한데 있지 않다. 동수는 영실에게 “그 영화는 모두 내 얘기”라 말하지만 영실은 “모두들 그렇게 생각한다”고 대꾸한다. 홍 감독이 꿈꾸는 영화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가 현실의 모방일수도, 현실이 영화의 모방일 수도 있다. 이제껏 감독이 집착했던 인간 내면에 대한 치졸하다시피 한 깊숙한 묘사는 바로 여기서 나온 것이다. 촌스럽기까지 한 피사체를 映穗?‘줌 업’ 카메라 기법과 홍 감독 특유의 롱테이크는 작품 속 배우들을 더욱 집중시키며 우스꽝스런 대사들과 함께 재미를 살린다. 엄지원의 귀여운 코맹맹이 대사와 김상경의 생뚱 맞은 분위기 죽이기는 영화 속 배우의 힘을 실감나게 한다. 냉소적이지도, 폼 잡지도 않은 영화. 국제 영화제에 나가는 작품은 난해하다는 편견을 깬다. 27일 개봉. 이상훈 기자 flat@sed.co.kr 입력시간 : 2005-05-1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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