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CEO 칼럼] 공정한 대통령, 소신있는 국회의원


우리 정치의 문제점으로 대통령 권력의 지나친 비대화와 국회의 거듭된 파행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매 임기ㆍ회기마다 반복돼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수양산 그늘이 강동 팔십리를 간다'는 말이 있듯이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강하다 보니 주위에 호가호위하는 자들이 생기고 측근ㆍ인척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가 수천개에 이르다 보니 능력보다 선거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내 편인지 여부가 인재 기용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공평한 인사야말로 천하의 민심을 얻는 방법인데 역대 정권 모두 한쪽에 치우친 인사로 민심을 잃어왔다.

이번 정권은 유달리 대통령이 잘아는 사람만 중용해 뜻 있는 이들의 빈축을 받았다. 사소한 자리까지 청와대가 간여한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논어 자로(子路)편에 '군자는 어울리되 패거리를 짓지 않고 소인은 패거리를 짓되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는데 다음 대통령에는 출신지역ㆍ학교나 개인적 감정에 연연하지 않고 탕평인사를 하는 너그러운 인물이 당선되기를 바란다. 역대 대통령들이 아무도 하지 못한 대화합 인사만 확실하게 해도 국민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을 것이다.


측근 중용 벗어나 탕평·대화합 인사를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시절 업무상 국회의원들을 많이 만났다. 그때 받은 느낌은 '국회의원들, 생각보다 괜찮네!'였다. 식견도 대단하고 겸손하고 자신의 분야에서 알아주는 전문성 있는 똑똑한 인물들이었다. 그런데 왜 국회만 열리면 폭력사태가 난무하고 회기가 제때 열리지 않고 극단적인 대립이 횡행하는 걸까.


그 이유는 당 지도부가 가진 무소불위의 공천권 때문이다. 우리 정치 현실에서 특정 지역의 특정 정당 공천은 곧 당선을 의미하고 어떻게 보면 결선인 선거보다 공천받기가 더 힘들다. 재선을 위해 공천을 받으려면 공천권자인 당의 실력자에게 줄을 대야 하고 임기 내내 당 지도부의 지시를 온순한 양처럼 따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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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아닌 당의 극소수 지도부가 밀실에서 아무런 이유도 밝히지 않고 공천권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다. 밀실에서 내 계파, 나를 맹종하는 예스맨만을 고르는 것은 아닌지, 혹시 정치자금이란 미명하에 음습한 금전거래가 이뤄지는 것 아닌지 걱정이 된다.

이처럼 공천 과정이 불투명하다 보니 '어떻게 저런 사람이 공천을 받았나'하는 경우도 자주 눈에 띈다. 반면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고 지역구에서 인기가 나쁘지 않은 18대 의원들이 공천조차 받지 못하고 조용히 국회에서 사라진 경우가 여럿 있다. 과연 이들을 누가 판단했는가. 이처럼 불투명한 공천으로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지역구 공천뿐 아니라 직역별 또는 소수자를 대표하기 위한 비례대표제가 당 지도부에 맹종하는 친위대를 국회에 보내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국민들이 무조건 새 사람을 선호하는 것도 재고해야 한다. 능력 있고 지역구에서 인기가 있으면 국회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국회의 경륜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기에 다선이라 해서 무조건 공천에서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이 바라는 변화는 부패하고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인물을 물갈이하라는 것이지 무조건 경험 없는 신인만 기용하라는 것은 아니다.

공천권 투명하게 국민 손에 맡겨야

19대 국회의원의 63%는 정치 신인이다. 의정활동 경험이 전혀 없는 이들이 적응하는데 1년은 걸릴 것이고 2년 정도 활동한 다음에는 물갈이를 당할까 공천권자에게 매달리는데 1년, 그동안 국정은 멍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앞으로 공천권을 밀실에서 꺼내 투명하게, 국민에게 맡기기를 바란다. 사심 없는 변호사단체와 언론ㆍ시민단체 대표에게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 국회의원의 특권을 대폭 축소하고 국회는 의원 개인의 소신을 최대한 발휘하는 정책토론의 장이 돼야 한다. 어차피 국회의원을 단임으로 마칠 각오를 하고 소신을 발휘한다면 무엇이 두려운가. 재선을 위해 눈치를 보며 좌고우면하지 말고 4년간 국민을 위해 몸을 던져라. 국회의원을 한번 하든 두 번 하든 역사는 그것을 기억하지 않는다. 무슨 자리를 맡느냐가 중요하지 않으며 어떤 일을 했느냐가 중요하다. 공자도 '남보다 앞서 어려운 일을 치르고 남보다 뒤에 보답을 받는 것'이 공직자의 자세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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