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한솥밥 경영
김순진 ㈜놀부 대표·21세기여성CEO연합회장
김순진 21세기여성CEO연합회장
벤치마킹을 위해 외국의 여러 외식업체에 방문하는 기회가 많은 편이다.
그 많은 외국 경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은 매장 직원들의 확고한 직업의식이었다.
외국의 직원들은 점포의 규율과 방침에 철저하게 따르면서도 직원으로서의 권한이나 어떤 의견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의사표현을 하며 해결책을 모색하는 편이다.
이처럼 직업관이 확고하게 수립돼 있다면 어떤 일을 하더라도 주인의식을 갖고 근무할 수 있으며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서비스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흔히 외식업은 피플 비즈니스(people business)라고 하듯이 인간적인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늘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하며 경영자는 그러한 의견을 끊임없이 기업경영에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또한 직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함과 동시에 그것을 회사의 이익과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통 조직이 커지면서 직원과 직원, 회사와 직원, 또 사장과 직원간의 인간적인 정이 희박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직된 조직과 유연한 조직은 생산성이 다르게 나타나게 마련이다.
다양한 제도와 복지정책을 통해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끈끈한 정이 흐르는 직장이 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하다.
필자는 그것을 직원들과 함께 경영하는 ‘한솥밥’ 경영이라고 한다.
지난해 전반적인 경기불황으로 외식업이 위축되면서 어느 회사와 마찬가지로 우리 회사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경제불황으로 다른 기업이 급여를 동결하거나 인원 구조조정에 들어갈 때 오히려 직원 급여를 어느 해 보다 많이 인상해 줬다.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직원들에게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신바람 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한 가족처럼 인심 좋게 한솥밥을 나눠 먹을 수 있는 정, 결국에는 그러한 정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회사를 일으키는 길이다.
무한 경쟁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이성적인 접근으로 시작해 이성적으로 마무리될 정도로 인간적인 정이 희박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옛 시절 어려울 때 한솥밥에 함께 밥을 해 먹고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앉아 남은 반찬 모아 비벼서 나눠 먹었던 한 가족의 정. 이것이야말로 치열한 경쟁시대에 우리가 한번쯤 되돌아봐야 할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워지고 집안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면 자칫 내 것만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어렵고 힘들 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조금씩 나누며 양보하고 남을 먼저 배려해주는 따뜻한 마음이 ‘한솥밥 경영’ 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입력시간 : 2004-09-13 1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