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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브라질 월드컵] 24년만의 독무대

연장 후반 괴체 결승골로 아르헨 꺾고 우승… 유연한 전략·탁월한 선수 "완벽한 원팀"


14일(한국시간) 브라질 월드컵 결승에서 아르헨티나를 1대0으로 꺾은 독일. 브라질이 갖고 있던 '축구의 나라'라는 애칭은 이제 독일이 물려받아야 할 것 같다. 24년 만이자 통산 네 번째 월드컵 우승을 달성한 전차군단은 자신들이 7대1로 대파한 브라질의 최다 우승(5회) 기록도 넘볼 위치에 섰다. 이미 통산 결승 진출 횟수(8회)에서는 7차례의 브라질을 넘어섰고 월드컵 본선 통산 득점도 224골로 1950년부터 1위를 지켜온 브라질(221골)을 2위로 밀어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세계 챔피언 독일은 전술적으로 유연하고 체력적으로 강건하며 기술적으로 총명하고 탁월한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대회 내내 부진하던 '독일의 네이마르' 마리오 괴체(22·바이에른 뮌헨)는 연장 후반 8분 결승골로 그간의 마음고생을 던져버렸다. 독일 대표팀은 우승 상금 3,400만달러(약 356억원)의 돈방석에 앉게 됐고 협회 차원의 포상금도 1인당 4억원씩 받아들게 됐다.

◇G(generational shift·세대교체)=2000·2004년 유럽선수권에서 연속으로 조별리그 탈락의 쓴잔을 든 독일은 세대교체에 돌입했다. 현 미국 대표팀 감독인 위르겐 클린스만과 2004년부터 그를 보좌하는 코치로 일하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뒤 감독을 맡은 요아힘 뢰브(54)가 세대교체를 주도했다. 젊은 독일은 2006년 월드컵 3위에 이어 2008 유럽선수권에서 준우승하고 2010 남아공 월드컵 3위에 오르며 정상궤도에 진입했다. 특히 뢰브는 2011년 전차군단의 상징인 미드필더 미하엘 발락과의 마찰도 불사했다. 그해 발락이 결국 대표팀에서 은퇴했지만 독일은 흔들리지 않았다. 사미 케디라(27·레알 마드리드), 토니 크로스(24·뮌헨) 등을 적극적으로 시험했고 이들은 이번 대회 우승 주역으로 컸다. 뢰브 감독은 "오늘의 결과는 클린스만과 함께해온 작업의 결과"라며 "10년 전 시작한 프로젝트에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E(efficiency·효율성)=독일은 '고효율 축구'로 트로피를 들었다. 7경기에서 18골(4실점)을 터뜨렸는데 슈팅 시도 5.4회에 한 번씩 골을 터뜨렸다. 이 부문 전체 출전팀 평균은 9.9회. '두드리라, 그러면 열릴 것이니'라는 전통적 접근이 뒤집힌 것이다. 독일은 적은 슈팅으로도 월드컵 역대 2위에 해당하는 많은 골을 터뜨렸다. 이 부문 1위도 1954년 스위스 대회 때 독일이 기록한 25골이다. 슈팅을 많이 날리면 그 와중에 골도 들어갈 수 있겠지만 어이없는 난사는 오히려 팀 분위기를 망친다. 독일은 완벽한 기회에서의 슈팅으로 체력 고갈과 사기 저하를 막아왔고 이 차이는 경기가 누적될수록 뚜렷이 드러났다.


◇R(redefinition·재정의)=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의 조별리그 탈락으로 그들의 전매특허인 '티키타카(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듯 짧은 패스로 볼 점유율을 높이는 축구)'도 바닥을 보인 듯했으나 독일을 만나 화려하게 재탄생했다. 체력과 높이를 앞세운 기존 독일 축구에 정교한 패스게임이 조화를 이룬 '맞춤형 티키타카'는 현대 축구의 새 흐름으로 재정의됐다. 독일은 4,157차례로 이번 대회 최다 패스를 기록했고 성공률도 82%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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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unchen·뮌헨)=독일 대표팀의 젖줄이 바로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이다. 23명 최종 엔트리 가운데 7명이 뮌헨 소속이며 하나같이 대표팀 주축이다. 뮌헨은 2012-2013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이자 지난 시즌 4강 진출팀. 바르셀로나 출신 페프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도로 티키타카에 익숙했던 뮌헨 출신들은 뢰브의 전술에도 빠르게 녹아들었다. 뮌헨을 포함, 17명을 자국 리그 출신으로 선발할 정도로 독일 대표팀의 저력은 분데스리가에서 나왔다. 분데스리가는 각국 리그를 통틀어 평균관중 1위(4만여명)를 자랑하며 재정 건전성도 가장 좋다.

◇A(aces·신구 에이스)=세밀한 패스에도 결정력이 모자라 일찍 집에 간 스페인과 달리 독일식 티키타카에는 확실한 킬러가 있었다. 바로 토마스 뮐러(뮌헨)와 미로슬라프 클로제(36·라치오). 남아공 월드컵 득점왕 출신이지만 아직 25세밖에 안 된 뮐러는 5골 3도움으로 득점 2위에 올랐고 원톱이 필요할 때 언제든 나타난 클로제는 네 번째이자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에서 2골을 터뜨리며 월드컵 통산 최다 골(16골) 신기록마저 작성했다. 뮐러는 이번 대회에서 8만3,957m를 뛰어 가장 부지런한 선수로 공인받았다. 이날 결승에서 선발로 나와 후반 종료 무렵 교체된 클로제는 생애 첫 월드컵 우승 트로피까지 품었다. 그는 "국가대표로 계속 뛸지는 모르겠다. 며칠 뒤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N(new horizons·새 지평)=남미에서 탄생한 첫 유럽 챔피언 독일. 이제 그들의 눈은 프랑스와 러시아를 향하고 있다. 브라질 월드컵 다음 메이저 무대가 2016년 프랑스에서 열리는 유럽선수권(유로2016)이며 그 2년 뒤에는 러시아에서 2018 월드컵이 펼쳐진다. 아직 어리지만 월드컵 우승이라는 가장 큰 경험을 쌓으면서 독일 선수들은 무한 성장이 기대된다. 미드필더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30·뮌헨)는 "처음 월드컵을 본 게 1990년이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은 나의 큰 꿈이었다"며 감격해 했다. 스페인이 남아공 월드컵 우승 뒤 유로2012까지 제패하며 무적함대 시대를 열었듯 독일의 전성기도 이제 시작일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Y(youth academy·유소년 육성)=독일의 전성기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은 것은 그들의 철저한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 때문이다. 독일은 2002년부터 협회 차원에서 2만여명의 10대 유망주들을 특별 관리해왔다. 9년간 유소년 축구에 투자한 돈만 7,190억원. 현재는 분데스리가 1부와 2부리그 모든 구단이 유스팀을 운영하며 이 중 프로에서도 통할 인재들을 추수하듯 거둬들이고 있다. 미국 블리처리포트는 14일 "독일축구협회는 유소년 육성책을 앞장서서 이끌었다"며 "독일 축구의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며 시스템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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