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9.11테러 1년, 세계경제는] 3. 암운 짙어가는 지구촌

日·유럽마저 침체 탈출구 '깜깜''9ㆍ11 테러의 파장을 과소평가한 것인가' 올 초만 해도 빠른 속도로 정상화되는 듯한 모습이던 세계경제가 시름시름 후유증을 앓기 시작했다. 올해 바닥에서 탈출, 서서히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되던 일본과 유럽 경제는 불투명한 미국 경제 상황에 여전히 끌려 다니고 있으며 국제 무역의 정체와 유가 불안은 또 다른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1ㆍ4분기 중 경제성장률이 1년 만에 플러스로 돌아서는 등 올들어 경제가 순조로운 오르막길로 내딛는 듯했다. 테러 직후 1만엔 선이 붕괴된 닛케이지수도 1만2,00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회복됐다. 하지만 구조조정 부진 등 국내 사정과 함께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미 경기의 부진이 미 경제에 그물망처럼 얽혀 있는 일본 경제에 족쇄를 채웠다. 이 달 들어 닛케이지수는 무려 19년 만에 최저치인 9,200엔 선으로 곤두박질쳤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유럽연합(EU) 15개국은 지난해 하반기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다 올들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당초 예상에 비하면 그 속도가 더딘 실정이다. 미국이 견인해 온 글로벌 경제의 테두리 안에서 미국의 힘 없이 유럽과 일본이 세계경제를 이끌어가기엔 역부족인 셈이다.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는 아시아 경제도 테러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 미국이 테러의 온상으로 지목하고 있는 아랍 산유국들을 중심으로 흔들리는 국제정세가 국제 원유시장에 불안을 야기하고 있기 때문. 9ㆍ11 테러로 인해 국제 무역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보험료 인상과 보안 강화로 교역 비용이 1~3% 가량 상승한 것을 물론 경기 악화로 교역 규모 자체도 거의 답보 상태에 머무는 등 국제 무역이 정체 상태에 빠진 것. 올 국제 무역은 2~5% 가량의 저성장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테러 이후 국제 무역에 드리운 또 한가지 먹구름은 각국으로 확산된 보호주의다. 지난해 세계 142개국이 다자간 무역협상에 나서고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는 등 세계 자유무역 기조에는 흔들림이 없는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경기 둔화 타개를 위해 미국이 자국 산업에 대한 보호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유럽과 일본 등이 맞대응에 나서면서 국제 무역질서는 경색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등 수출 의존도가 유달리 높은 아시아 국가들 입장에선 상당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9ㆍ11 사태로부터 꼬박 1년. 지금까지 크고 작게 테러 사태의 파장에 노출됐던 세계경제 앞에 또 다른 메가톤급 위협이 다가오고 있다. 미국이 대테러 전쟁의 일환으로 이라크와의 전쟁을 도모하고 있는 것. 서방 각국은 물론 지난 91년 걸프전의 상처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동 국가들은 전쟁에 따른 인적ㆍ경제적 피해를 우려해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향후 세계경제가 미국에 동반해 더블딥(W자형 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각국의 시선은 또다시 중동 지역으로 집중되고 있다. 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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