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던 소도 웃겠다"최근 한 재벌기업의 임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KBS 사장 인선과 관련한 해명발언을 듣고 이처럼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에 따라 KBS 사장을 이사회에 추천했을 뿐이지 인선에 개입하거나 압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느냐는 것이다.
이 임원은 이어 일개 기업에서도 사장이 인사부장에게 `그 사람 한번 어때`라며 넌즈시 한마디 던진 경우 반드시 챙겨봐야 하는 마당에 일국의 대통령이 추천한 사람을 그냥 "참고"만 하고 없었던 일로 넘길 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대다수 국민들도 대통령의 추천을 압력 혹은 개입이라고 여기고 있을 게 뻔하다.
우리의 정치현실상 대통령의 말 한 마디는 법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무리 의도가 좋고 자신에게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모름지기 세상사는 물 흐르듯 상식적인데서 출발해야 한다.
세상이 모두 그러하리라고 믿는 것이 바로 상식이다.
그러나 마치 우리사회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듯 도도한 기세로 출발한 참여정부에서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도처에서 목격되고 있어 힘이 빠진다.
시간이 갈수록 싸늘하게 얼어붙고 있는 경기로 서민들은 IMF 때보다도 더 힘들어서 못살겠다고 아우성들인데도 정부는 위기상황이 아니라고 애써 강변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북핵문제와 이라크 파병문제를 둘러싼 우리 내부의 갈등도 국민들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와 언론과의 불편한 관계를 비롯해 우리사회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는 수많은 갈등과 반목 역시 상식적이지 못한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그것을 인정하고 고치기는커녕 변명을 늘어놓거나 또는 그것을 계속 밀고 나가는 것이 마치 소신 있는 행동인양 생각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맹자도 옳지 않은 것을 알았으면 즉각 시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 고치는 것이 상식이다.
노 대통령의 당선도 상식적으로 이해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박민수(산업부 차장) mins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