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 공정거래위원회-재계 다시커지는 갈등

"투명경영 확대" "행정 편의주의" 대립공정거래위원회와 재계가 지배 및 소유 구조등 현안을 둘러싼 갈등이 재연하고 있다.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와 재계가 원래부터 '불가근(不可近)'관계지만 지난해말 정유회사에 대한 군납 담합과 관련한 과징금 부과를 계기로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공정위가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부활하고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한 공시의무화제를 30대 그룹으로 확대하는등 재계의 지배 및 소유 구조 개선의 고삐를 바짝 죄자 재계는전경련을 중심으로 제목소리를 내세우고 있는 양상이다. 관련기사 재계 일각에서는 집권 후반기에 들어간 정부가 재계 길들이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점을 의식, 공정위도 이례적으로 해명자료를 내고 대응 논리를 적극 설파하는등 맞불을 놓고 있다. 최근 1년간 공정위와 재계가 표면적으로는 갈등양상을 보이지 않았다. 부채비율 200%달성과 상호 지급 보증해소등 구조조정에 재계가 적극 나서고 실제 상당한 성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한동안 잠잠하던 양측의 갈등이 촉발시킨 계기는 5개 정유사 담합입찰에 대한 과징금 부과. 정유사들은 담합사실은 인정하면서도 1,901억원의 과징금 부과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이다. 해당 임원에 대한 검찰고발로 690억원이 깎였으나 1,000억원이 넘는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유사들은 "관례적으로 담합의 경우 매출액의 1%를 과징금으로 부과했으나 법정최고 한도인 5%를 산정한 것은 감정에 치우친 판정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공정위가 과징금을 깎아주는 대신 소송을 하지 말 것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과징금 산정이 고무줄이 아니냐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원래 심결 당시에는 담합행위자에 대한 고발을 안했기 때문에 과징금을 중과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정위의 정책에 대해 재계가 한목소리는 내는 모습도 최근 등장했다. 30대그룹 소속회사의 출자한도를 순자산의 25%로 제한하는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방침을 지난해말 발표하자 정유사 과징금부과와 같은 단일 사건에 대해 방관하던 재계가 포문을 연 것. 재계는 지배ㆍ소유 구조를 개선한다는 공정위의 당위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폐기된 제도를 이제 와서 부활하는 배경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정부가 집권 후반기에 들어가면서 재벌 길들이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것이다. 또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한 이사회의결과 공시의무제를 30대 그룹으로 확대하고 7개 업종에 대해 '클린 마켓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00년 4월말 현재 30대 그룹이 해소해야 할 계열사 초과지분은 19조8,000억원. 재계는 이 제도의 부활로 ▦신속한 구조조정이 어렵고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이며 ▦가뜩이나 침체한 증시에 악영향을 주는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특 히 2년전 문제가 있어 폐지했다가 다시 부활하는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총액출자제한 부활에 대한 논란이 일자 공정위는 지난달 말 이례적으로 해명자료를 내는등 정면 대응하고 있다. 오성환 독점국장은 "20조원 정도의 초과분 가운데 주식매각을 통해 해소해야 할 지분은 4조원에 그친다"면서 "나머지는 외자유치와 유상증자ㆍ순이익증가등의 방법으로 해소할 수 있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당초 폐지한 이유였던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도 환란이후 거의 없었고, 기업구조조정 역행이라는 지적도 부실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면 오히려 핵심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그러나 출자한도인 순자산을 산정할 때엔 장부가를 적용하고, 출자총액을 따질 때는 취득가를 삼는 것도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는 "법이 아니라 시장 자율이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며 "굳이 이 제도를 부활하려 한다면 일본처럼 한도를 40% 수준으로 올리거나 경제여건을 감안해 연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위의 일방 통행식 행정편의주의와 권의주의도 재계의 불만을 사는 대목. 대표적이 사례가 '조사 비협조 공방'. 마치 '점령군'처럼 들어와 관련 서류 제출을 요구, 회사 업무를 마비시키는 것은 차지하더다도 부당 부당 행위에 대한 진술조서를 쓰라고 강요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는 주장이다. 공정위는 기업 조사에 따른 부작용을 감안, 불시 저인망식 조사를 자제하고 예측 가능한 경영이 가능하도록 정례 조사로 전환할 방침이라지만 기업의 불신은 가시지 않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장 경제원리가 정착되고 투명 경영이 확보돼야 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이 되살아난다"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지배ㆍ소유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운식기자 최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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