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고립된 인간성에 대한 성찰

루이스 부르주아 개인전<br>내달 29일까지 국제갤러리

루이스 부르주아의 수직적 추상 인물 조각상 '무제'

지난 2010년 9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 그녀를 떠올리면 삼성미술관 리움의 앞뜰에 서 있는 거미 형상의 대형 조형물 '마망(Maman)'을 연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지난해 11월 뉴욕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개인소장가가 갖고 있던 6m 크기의 '거미'(6개 에디션 중 2번)가 추정가의 2배 수준인 1,072만 달러(약 126억 원)에 낙찰됐다. 최근에는 중동의 한 미술품 컬렉터가 아트페어에서 3,500만 달러(약 400억원)에 작품을 구입하기도 했다.

현대미술사에서 최고의 여성 조각가로 꼽히는 부르주아의 초기 작품세계와 말년의 완숙미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개인전이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 3관에서 다음달 29일까지 열린다. 작가 타계 이후 국내에서는 처음 열리는 개인전이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저명인사(Personages)'는 부르주아의 초기작인 추상적이며 수직적인 인물 조각상 시리즈를 가리킨다. 우리가 조각가 부르주아를 생각하게 만드는 '첫 작품'들로 연작 13점이 선보였다. 프랑스 태생으로 1938년 남편과 함께 파리에서 뉴욕으로 이주한 부르주아는 프랑스에 두고 온 가족과 친구들을 그리워했다. 소박하게 서 있는 흰 막대기, 자제력을 보여주는 듯한 기둥, 파란색 조각들을 층층이 쌓은 형상 등으로 부르주아는 기억 속 사람들의 인상을 끄집어났다. 고립된 인간성, 인간관계의 복잡성에 대한 고민도 읽을 수 있다. 이들은 1950년 전후로 제작된 목조각인데, 당시 가난했던 부르주아는 스튜디오 옥상에 작품을 세워둔 채 그리움의 대화를 나누곤 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1980년대에 원본을 기반으로 에디션 6개의 브론즈가 미술관 소장 등을 목적으로 다시 제작됐다.

관련기사



부르주아는 아버지의 외도로 인한 불우한 가정사를 딛고 삶에 대한 울분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작가는 "예술은 나에게 치유이자 구원"이라는 말과 함께 여성과 모성, 가족과 집이라는 오랜 주제를 표현해왔다. 설치작품인 '밀실(Cells)'은 1990년대부터 시작된 작가의 연작이다. 이번 전시에는 말년인 2006년에 제작된 '토끼털 장신구를 팔아야(Peaux de Lapins, Chiffons Ferrailles a Vendre)'가 선보였다. 작가가 어릴 적 거리의 행상인들에게서 들었던 민요에서 따온 제목이다. 쇠 그물망으로 둘러싸인 공간은 커다란 자궁(子宮)을 은유하는 것일 수 있으며 그 안에는 남성 성기처럼 치솟거나 여성을 상징하듯 늘어뜨려진 구조물 등 모호한 것들이 이리저리 매달리고 놓여있다.

전시를 기획한 이현숙 국제갤러리회장은 "개인적 이야기를 통해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내는 부르주아의 초기작과 말년작을 함께 보면서 작가의 작업태도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소개했다. (02)735-8449

조상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