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독점 거물 "갤럭시 판매금지 안돼"
포어 반독점硏 회장 인터뷰 "손해배상 수준으로 끝내야"삼성 과도한 처벌은 시장경쟁 훼손 우려
부산=윤홍우기자 seoulbird@sed.co.kr
미국 반독점 경쟁정책 분야의 최고 권위기관인 반독점연구소(AAI)의 앨버트 포어(사진) 회장이 "미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삼성과 애플의 소송이 삼성 갤럭시 핸드폰의 판매 금지 명령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앨버트 포어 회장은 미국 의회에서 반독점 문제 청문회가 열릴 때 마다 등장하는 단골 손님으로, 미국 정부의 경쟁 정책 및 주요 공직자의 임명에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는 핵심 인사로 알려져 있다.
앨버트 포어(사진) 회장은 5일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최한 서울국제경쟁포럼에 참석해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삼성에 대한 너무 엄격한 처벌은 시장 경쟁을 훼손하고 소비자 후생을 저해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은 현재 전세계 정보산업(IT)업계와 경쟁 정책 분야의 최고 관심사로 떠오른 상태다.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방법원은 애플이 삼성전자의 모바일 기기들에 대해 영구 판매금지 처분을 신청한 데 대해 이달부터 심리를 시작해 오는 12월께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앞서 삼성과 애플간 특허 침해사건의 배심원단은 1심 평결심에서 애플이 주장한 특허를 대부분 인정하며 삼성이 애플에 약 10억5,000만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평결했다.
앨버트 포어 회장은 이에 대해 "삼성을 미국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이 결국 기업들의 혁신을 저해시키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번 특허 소송은)손해배상 수준으로 끝나거나, 라이선스 협약을 다시 체결 하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주요 씽크탱크와 정부 당국자들이 삼성에 대한 과도한 처벌이 시장 경쟁을 훼손할 수 있다는 강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셈이다.
포어 회장의 발언은 미국 내에서도 미국 법원의 '애플 편들어주기' 판결에 대해 상당한 논란이 있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미 행정부에 권위 있는 인사들 사이에서도 이번 소송의 결과에 비논리적 부분이 많은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이에 앞서 이번 포럼에 참석한 존 리드 미국 법무부 송무국장 역시 "(삼성과 애플의 소송)배심원 판결이 번복될 가능성이 있다"며 "(소송 결과가) 실질적으로 삼성의 미국 내 제품 판매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포어 회장은 그러나 특허소송까지 배심원들의 판단에 맡기는 미국의 사법시스템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특허 소송 문제에 있어서 미국에서도 항소할 수 있는 특별 법정이 있고 특정 주제나 항목에 대한 전문가들이 배치돼 있다"며 "합리적 이성을 가진 배심원들의 상식을 재판에 활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포어 회장은 이어 독점과 경쟁 사이에서 경쟁 당국과 사법부 등이 조화로운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허 등을 남용하는) 지나친 독점은 경쟁을 제한할 수 있고 경쟁만 있는 완전 경쟁시장은 인센티브와 보상이 없기 때문에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정책 당국과 사법부는 독점과 경쟁 사이에서 가장 효율성 있는 중간점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