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유로존 재편 충격 대비를


그리스가 당장의 국가부도를 면하고 유럽의 중심국들이 여러 지원방안을 강구하고 있어 유럽 재정위기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다는 소식이 들린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난 3월 그리스는 2010년 5월부터 지원되는 1,100억유로로는 당초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이미 밝혔다. 향후 자금수급 상황을 감안해보면 추가 지원이 없다면 올해 3ㆍ4분기에 부분적인 지불 불능 상태에 빠지고 곧이어 국가부도 상황에 완전히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150%에 이르고 긴축으로 경기가 부진한데다 국채 금리가 20%를 웃돌고 있어 부채 조정이 아니면 그리스의 부채 청산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세계 금융 위기 재발 우려 그렇다고 유럽연합이 당장 부채 조정을 시도할 형편은 못된다. 그리스의 부채 조정은 포르투갈ㆍ아일랜드로 곧장 확산될 것이며 이들 국가의 국채를 대량 보유한 유럽 은행들이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세계 금융위기가 다시 발생할 우려도 있다. 따라서 주요 금융기관이 자본을 확충하고 부실채권이 유럽중앙은행으로 이전해 보유 채권의 가치하락을 견뎌낼 준비가 됐을 때 유럽연합은 그리스 부채 조정을 허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채무 문제가 해소되더라도 근본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현 위기는 유로존이 '최적 통화지역'이 아니라는 데 근본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남유럽 국가들이 외부 지원을 여러 차례 받더라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환율 수단이 없기 때문에 자력 회복은 무척 힘들다. 결국 재정위기의 극복 과정은 유로존의 구조적 결합을 치유하는 과정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없다. 다수 유럽 지도자들은 유럽 단일주권을 추구하는 유럽연방주의를 선호하므로 유로존의 결함을 연방제적 재정통합에서 찾을 것으로 보인다. 재정통합은 국민국가의 틀을 뛰어넘는 시도로 강한 정치적 연대가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유럽의 현실에서 가장 강한 연대감을 가진 공통체는 국민국가이기 때문에 개별 국가의 주권을 현저히 제약하는 것은 국민정서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재정연방주의에 반대하는 정당의 반대도 거셀 것이다. 재정통합이 순탄하게 이뤄지지 않아 유로존의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으면 경쟁력이 취약한 변방국들의 무역적자 지속→경제회복 지연→유로존 균열로 이어지는 상황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유로존 해체나 탈퇴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는 단일통화권에서 벗어나면 환율ㆍ이자율 등 통화정책의 재량권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로존 가입국 중 어느 나라도 해체나 탈퇴를 공식적 견해로 제시하고 있지는 못하다. 유로존을 일방적으로 탈퇴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과 새 통화에 대한 투기 등으로 극심한 경제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 차원의 통합된 재정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지속되면 유로존 탈퇴를 통한 자국 통화 회복 외에는 대안이 없다. 거시 안정성 확보에 역점을 개별 국가의 일방적 탈퇴 방식 외에도 유로존을 남부와 북부로 분할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유로화 강세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는 경제가 건실한 독일ㆍ네덜란드 등이 분리해 나가 독일 중심의 단일통화권을 새롭게 형성하면 유로가 약세로 돌아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앞으로 상당 기간에 걸쳐 재정통합을 추진하는 흐름과 이에 반대하면서 유로존의 해체ㆍ재편을 시도하는 흐름 간의 고통스러운 정치적 갈등을 거쳐야 할지 모른다. 이 과정에서 유럽에서의 중대한 결정과 구조 변화는 세계경제에 예기치 않은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따라서 우리 경제는 유사시 자본이동의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를 사전에 제한하는 규제 정비와 거시 안정성 확보에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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