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인사이트] "공해 없는 신수종 산업" 자원부국 캐나다 원전서 길을 찾다

화석연료·수자원 넘치지만 첨단 기술 파급효과 매력<br>새 성장동력으로 육성나서<br>독일 등 탈원전 선언 불구 "결국 원전이 대안" 힘받아<br>신흥국 수요도 계속 늘어

금융위기 및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주춤했던 글로벌 원전 산업이 신흥국들의 참여와 각종 안전성 강화조치로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사진은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시 인근의 보글 원전(위)과 캐나다 온타리오주 클라링턴시 달링턴 원전 모습.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지난 6~7일(현지시간) 방문한 캐나다 온타리오주.

수도 오타와와 최대 도시인 토론토를 중심으로 전체 인구의 약 40%가 거주하는 캐나다 정치ㆍ경제의 중심지다. 최대 자동차 생산단지이자 화학ㆍ제철, 컴퓨터 등 각종 제조업의 집산지이어서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눈길을 끈 점은 온타리오주가 전력 문제 해결을 위해 풍부한 자연 자원이 아니라 원전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캐나다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부 국가에서 기피 대상으로 전락한 원전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 최대 수자원 국가의 원전 선택= 온타리오주는 오대호와 나이아가라 폭포 등을 중심으로 세계 담수량의 삼분의 일 가량을 품고 있는 수력 자원의 보고다. 캐나다는 수자원뿐만 아니라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 등 화석 연료의 주요 수출 국가 가운데 하나다. 마음만 먹으면 굳이 원전이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수력과 화력을 통해 전력을 조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온타리오주의 전체 발전용량 대비 원자력 의존도는 약 58%로 수력 의존도(26%)의 배가 넘는다. 원전이 가장 클린 에너지이기 때문이라는 게 캐나다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피터 엘더 캐나다 원자력안전위원회(CNSC) 사무총장은 "온타리오주는 첨단 공업 산지인 동시에 농업의 중심지이자 광활한 호수 등을 품은 천혜 자연의 보고"라며 "스모그 등 각종 공해물질을 줄이고 후손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원자력을 택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캐나다는 원전을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원자력 발전은 200만여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최첨단 정밀 공학의 집산물로, 각종 첨단 산업의 발전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기존 제조업이 신흥국의 성장으로 위협받자 신수종 산업으로 원자력의 가치에 주목한 것이다. 실제 취재 기간 동안 오대호 주변에서는 중국 등 신흥공업국의 성장으로 문을 닫고 가동을 멈춘 제철소 등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탈 원전 정책이 힘을 받지만… = 물론 2008년 금융위기와 2011년 후쿠시마 사태의 여파로 원전 의존도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국가도 많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2030년까지 430기의 원자로가 신규로 건설되며 가동 원전 수가 현재의 배로 늘어날 전망이었지만 금융위기 등에 따른 타격으로 건설 계획의 상당수가 유보됐다. IAEA에 따르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지난 2년간 원자력 공급은 연 평균 2.2% 늘어나는 데 그쳤다.


독일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탈퇴를 선언, 노후 원전을 중심으로 폐기 절차에 돌입했다. 미국은 정부예산 감소의 여파로 신규원전 건설 계획이 전면 중단된 경우다. 스콧 버넬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공보관은 "지난 1972년 이후 신규 원전을 짓지 않으면서 기존 원전의 가동률이 최대 90%에 이른다"며 "신규 원전 건설이 불가피한데도 당분간 유보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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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글로벌 원전 수요=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의 충격이 어느 정도 가시면서 "원전만한 대안이 없다"는 주장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탈원전을 선언했지만 재생에너지는 아직 발전 용량이 비해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화력ㆍ수력 발전도 환경 파괴의 부작용을 가져오고 때문이다.

실제 지난 4월 독일 정부는 대안으로 삼겠다던 각종 신재생 에너지의 발전 용량이 턱없이 부족하자 화력 발전의 용량을 현행보다 더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 이산화탄소 방출 억제 흐름을 주도해 온 독일의 기존 입장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원전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첫 원전수출 사례이기도 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27년 만에 신규 원전국가로 가세한 가운데 방글라데시, 이집트, 요르단, 폴란드 등도 원전 진출 방침을 선언한 상태다. IAEA는 각국의 청사진을 근거로 향후 20년 동안 80~90기의 원전이 신규 건설될 것이라는 전망을 새롭게 제시했다.

이미 선진국은 신흥국보다 훨씬 높은 원자력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원자력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국가는 모두 31개국인데 일정 이상의 자본력과 기술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경우 원자력 발전 비율이 무려 77%로 세계 1위에 이른다. 벨기에ㆍ스위스의 원자력 의존도 역시 40~50%에 달하고 스웨덴ㆍ핀란드 역시 한국과 비슷한 30%대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는 게 캐나자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화석 자원은 물론 태양광, 풍력 등 재생 에너지 자원도 부족한 데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원전이 새로운 수출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원전 수주 전쟁에서 한국은 프랑스와 일본 등과 3파전을 형성하고 있다. 또 40여년간 신규 원전을 짓지 않은 미국을 중심으로 국내 기술 인력의 수출 가능성도 매우 높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아마노 유키야 IAEA 사무총장은 "신재생 에너지는 발생 용량 및 비용 등의 문제로 현대 문명 사회의 중심 에너지가 될 수 없지만 원자력은 해낼 수 있다"며 "각국의 안전성 강화 조치가 잇따르고 사용후 핵연료 문제를 해결할 기술개발도 지속되고 있어 원자력은 당분간 화석에너지의 대안으로 우리 곁에 자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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