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모럴해저드 극치인 기보의 퇴직자 보증

기술신용보증기금이 자사 퇴직자가 설립한 회사들에 보증서를 특혜 발급한 정황이 드러났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기보는 최근 5년간 퇴직자가 대표인 기업 34곳에 132억3,400만원 규모의 보증서를 떼줬다. 겉으로 볼 때 기보의 보증은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다. 기보 퇴직자라고 해서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역차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기보의 퇴직자 지원은 적법성과 형평성은 물론 사후관리까지 문제점투성이다. 퇴직자 회사에는 평균 3억8,900만원이 지원돼 기보가 보증서를 발급해준 기업의 평균액보다 45% 많았다. 퇴직자 회사의 평균 사고율이 15.3%로 기보 전체의 사고율 4.3~5.1%보다 훨씬 높다는 통계는 지원절차가 적법했는가를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기보는 적자누적으로 부채비율이 2,920%에 이르는 회사에까지 보증기간이 끝나면 새로운 보증을 서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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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보 퇴직자들을 위한 보증은 설립취지에도 맞지 않다. 기술력은 있으나 신용이 다소 떨어지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기보는 특허를 가진 기업마저 신용이 낮다는 이유로 기술평가를 실시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면 기보 퇴직자 회사 34곳 중에는 A등급 이상의 기술평가를 받은 기업이 단 한 곳도 없었다. 전관예우를 위해 원칙도 취지도 외면했다는 얘기다.

기보의 보증재원은 주로 정부 예산으로 충당된다. 대위변제가 늘어나 부실이 누적되면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재직시에는 금융공기업의 높은 임금을 누리고 퇴임 후에는 회수요원으로 재취업하거나 특혜성 보증지원을 받는 행태는 모럴해저드(도적적 해이)에 다름 아니다. 기보의 모럴해저드는 기보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정책과 시장에 대한 사회적 불만ㆍ불신을 낳고 중소ㆍ벤처기업인의 도전과 창업의지를 꺾기 마련이다. 감독당국은 철저한 조사에 나서야 한다. 단순한 국감 해프닝으로 끝난다면 또 다른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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