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황당한 국회 외통위 소위

한·EU FTA "부결이다" "아니다" 옥신각신<br>기립한 홍정욱 '기권' 불구 여당선 '기립=찬성' 주장<br> 洪의원 반발… 회견 소동, 4월 처리는 사실상 무산

‘비폭력 국회’ 원칙을 이유로 표결에 기권한 여당 의원의 결정을 여당이 찬성으로 해석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가 15일 법안소위에서 표결 처리한 한국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이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 한 사람의 기권으로 부결된 것. 그러나 그 과정이 불분명해 한나라당이 홍 의원의 기권을 찬성이라고 주장하고 홍 의원이 반발하는 소동이 일었다. 홍 의원은 소위에서 기권 의사를 밝힌 뒤 퇴장하기 위해 일어났지만 한나라당은 마침 일어난 시점이 위원장이 찬성자는 기립하라고 한 때였으므로 형식상 찬성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통위 법안소위에서 소위원장인 유기준 한나라당 의원은 한ㆍEU FTA 동의안 표결을 시도했다. 이날 상황은 동영상이 남아 있지 않아 속기록과 참석의원의 증언을 토대로 복기하면 이렇다. 유 의원은 “찬성하는 위원은 기립해달라”고 했고 유 의원을 포함해 한나라당 소속인 김충환ㆍ최병국 의원은 일어났다. 홍 의원도 동시에 엉거주춤 일어나고 있었고 유 의원은 “(소위 6명 중 과반인 4명이 찬성했으므로) 가결됐음을 선포한다”고 알렸다. 그러나 홍 의원은 “퇴장하기 위해 일어난 것이고 유 의원이 ‘찬성한 것이냐’고 묻기에 곧 바로 앉으면서 ‘기권한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 의원 등 한나라당 외통위원은 홍 의원에게 설사 기권 의사가 있었더라도 찬성자는 일어서라고 할 시점에 일어났기 때문에 형식상 찬성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홍 의원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한나라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한ㆍEU FTA를 지지한다. 국가 간 약속이고 국익을 위해 조속히 비준돼야 한다”고 전제했지만 “더 중요한 국익은 국민에 대한 신뢰인데 빠르게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바르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폭력행사시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홍 의원은 민주당이 몸으로 저지하겠다고 밝힌데다 정부의 번역오류가 발생했는데 서둘러 처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홍 의원은 “국회에서의 생떼와 폭력, 다시는 안 된다”면서 “4월 임시회가 반 이상 남은 상황에서 야당과 충분한 토론 없이 정부가 시기의 긴박성만 갖고 밀어붙이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남경필 위원장 등과 대책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홍 의원이 물의를 일으켜 유감”이라고 짤막하게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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