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산을 한 후 일을 그만둔 아내가 있는 직장인 박모(34)씨. 아내가 일할 때는 자신의 월급 350만원과 아내가 번 돈 300만원을 합쳐 한 달에 650만원을 손에 쥐었다. 하지만 회사 일과 보육을 한꺼번에 하다 지친 아내가 직장을 그만두면서 수입이 반 토막 나버렸다. 아이가 생기면서 씀씀이는 더 늘었다. 애 키우기에 벅찬 이유도 있지만 소득이 줄면서 문화생활도 줄일 수밖에 없었다. 박씨는 "이전에는 그래도 우리 집 정도면 고소득층은 아니더라도 중산층은 된다고 생각했지만 수입과 지출이 엇박자 나면서 지금은 중산층이 남의 이야기로 느껴진다"고 한숨 쉬었다.
중산층이 갈수록 얇아지는 배경에는 박씨네처럼 출산과 동시에 맞벌이를 그만둔 경력단절녀의 증가가 있다. 물론 공식적인 통계로 박씨 부부가 중산층인 것은 맞지만 그들 스스로는 중산층이 아니라고 느낀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15~19세 8.8%에서 20대 64.1%로 껑충 뛴다. 그러나 임신과 출산 시기인 30대에 58.5%로 줄어든다. 이후 40대에 66.5%로 올랐다가 60세 이상에서 28.9%로 다시 뚝 떨어진다. 이른바 'M자형' 곡선이다. 지난해 기준 15~54세 기혼 여성 956만1,000명 중 20.7%인 197만명 정도가 경단녀다. 기혼 여성 5명 중 1명꼴이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은 "일단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이 많아야 여성들이 안심하고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관련 예산만 확충하면 해결될 일이지만 기존 사립 어린이집 단체의 반발 등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산층 붕괴의 핵심 원인은 전체 근로자 중 비정규직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 근로자 3명 중 1명이 월 150만원도 안 되는 임금을 받는 비정규직이다 보니 중산층이 늘어날 리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90만명에서 올해 사상 처음으로 600만명을 넘었다.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비슷한 시간, 대동소이한 업무를 하지만 임금은 절반에 그친다. 비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146만7,000원으로 정규직(271만3,000원)의 54%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하반기 최대 역점과제로 내세운 노동개혁이 성공한다면 비정규직도 줄어들며 중산층도 두꺼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세부적으로 정규직의 과도한 보호를 일정 부분 완화하는 방법이다. 김미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원장은 "경제 성장 패러다임을 이윤 주도에서 '소득 주도로 전환하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