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수학여행 차라리 없애라" 목소리 빗발

■ 여객선 침몰 대참사

경기도교육청 홈피에 글 봇물… 다음 아고라에도 청원 쇄도

"현장체험학습 전면 보류" 교육청마다 일선학교에 공문

"어떡하나 …"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올랐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태운 여객선이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교육계 안팎에서는 수학여행을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 내 학부모 게시판에는 초중고 학생들의 수학여행·체험학습 등 단체여행을 폐지해달라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학부모 박모씨는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죽어야만 불필요한 현장체험이나 수학여행을 폐지할 거냐"며 "안전대책 없이 진행만 하는 현장체험과 수학여행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또 다른 학부모 배모씨도 "더는 내 자식을 불안함과 초조함 속에 수학여행이나 수련회에 보내고 싶지 않다"며 "단체 수학여행은 없애고 다른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글이 수백 건 올라오면서 도 교육청 홈페이지는 이날 오후 한때 홈페이지 접속이 불안정하기도 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초중고 수학여행, 수련회 없애주세요'라는 이슈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과거에는 요즘처럼 가족여행 등이 드물었지만 지금은 학교의 단체여행보다 가족 단위의 여행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해마다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각종 위험에 노출되는 단체 수학여행을 없애고 다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만명의 서명을 목표로 한 이 청원에는 2만여명이 서명을 마친 상태다.

관련기사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질타도 잇따랐다. 고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배모씨는 "지난해에도 캠프에서 고등학생들이 사고를 당했는데 1년도 되지 않아 더 큰 사고가 발생하다니 기가 막힌다"며 "아이가 제주도 수학여행에 참가하겠다는 가정통신문을 지난달 학교에 제출했는데 불안해 취소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몇 해 전 여객선을 이용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대학생 김모양은 "저 배에 나나 내 친구들이 타고 있었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다"며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수학여행은 차라리 없애는 것이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의 수학여행 지침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사설 해병대캠프에 참가한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이 숨진 사고 이후 '수학여행·수련활동 등 현장체험학습 운영 지침'을 만들어 지난달 일선 학교에 내려보냈다. 하지만 현장체험학습 출발 전 지침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해당 학교로부터 보고를 받거나 확인하는 절차가 없어 학생들의 안전이 확보된 현장체험학습이 진행되는지 도 교육청은 알 방법이 없다.

실제로 도 교육청은 이번 사고 직후 단원고를 상대로 지침을 따랐는지에 대해 감사를 벌였고 도 교육청 관계자는 "지침 위반 여부를 미리 확인하지는 않지만 현장체험학습 출반 전후 참고할 수 있도록 도 교육청 홈페이지에 학습 계획과 결과 보고를 올리도록 지침에서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단원고는 현장체험학습 계획을 홈페이지에 올리지 않았고 도 교육청 측은 뒤늦게 단원고가 현장체험학습 계획을 올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확인에 나섰다.

이 같은 질타가 이어지자 경기도교육청은 각종 현장체험학습을 전면 보류하기로 했다. 고경모 경기도교육감 권한대행은 "21일 이후 각 학교가 예정한 현장체험학습을 중단·보류한다"며 "학생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조치"라고 밝혔다. 기타 시도 교육청도 수학여행에 관한 공문을 일선 학교에 발송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시내 모든 초중고에 현재 계획 중인 수학여행이나 수련활동 등 현장체험학습의 안전상황을 재점검하고 안전에 우려가 있으면 즉각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또 수상활동을 할 때는 어떤 상황에서도 구명동의를 완벽히 착용하고 활동장소 주변의 수영금지구역, 조류 속도, 파도 높이, 물때 등 위험요소를 철저히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이 밖에 경남교육청과 대구시교육청·대전시교육청·제주도교육청 등도 문제가 있으면 즉각 취소하라는 내용의 지시를 일선 학교에 전달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