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STX조선해양 대규모 공급계약 소식에 6% 올라

‘김치를 안 먹었다’와 ‘김치는 안 먹었다’는 엄연히 다른 말이다. 전자는 그야말로 김치를 안 먹었다는 뉘앙스로 읽히지만 후자는 더 나아가 김치를 제외한 다른 음식은 먹었다는 뜻에 가깝다. 그렇기에 원하는 답변을 듣기 위해서는 처음에 잘 물어봐야 하고 답이 충분하지 않으면 재차 답변을 요구해야 한다. 지난달 26일 목요일 한 매체는 SK텔레콤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회사를 지주회사와 플랫폼사업부, 그리고 플랫폼사업부를 제외한 SK텔레콤 이렇게 3개로 쪼갠다고 보도했다. 한국거래소(KRX)는 즉각 조회공시를 통해 SK텔레콤 측에 사실 확인을 요구했고 SK텔레콤은 3개사 분할은 사실이 아니라는 미확정 답변을 했다. 그러면서 플랫폼 등 신규사업 강화ㆍ회사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의 관계자들은 언론을 통해 “전혀 검토한 바도 없고 사실무근이다”고 까지 했다. SK텔레콤의 현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들이야 SK텔레콤이 답변 뒤에 붙인 ‘다양한 검토’의 맥락을 이해했겠지만 여러 투자자들은 ‘SK텔레콤이 분사하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닷새, 영업일로는 사흘째인 31일 화요일에 SK텔레콤은 플랫폼사업부를 물적분할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지만 않았을 뿐 ‘플랫폼 사업부를 분사한다’는 핵심 내용은 기사와 같았다. 결국 KRX는 26일 기사의 맥락보다는 3개사로 분할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만 물어본 셈이고 SK텔레콤은 ‘회사를 나누는 조각의 개수가 셋은 아니다’는 말만을 한 격이다. 닷새 만에 확정될 것이었으면 26일의 조회공시답변에 ‘플랫폼 사업 분사’라는 말이 들어가 있어야 정상이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시장운영기관인 KRX 측은 “보도의 내용과 100% 맞지는 않았기 때문에 공시 번복으로 볼 수 없고 사후심사 계획도 없다”는 해명만 내놓고 있다. 일부에서는 KRX가 힘센 대기업에 알아서 기는 게 아닌가 의혹의 눈초리를 보인다. 조회공시는 투자자들의 정보격차를 줄일 수 있는 훌륭한 제도다. KRX가 좀더 세심히 질문을 하고 또 답변이 불충분할 경우 추가로 조회공시를 하고 내용이 사실상의 번복일 경우 철퇴를 내려서라도 제대로 된 답변이 나올 수 있게 해야만 그 훌륭함이 빛을 발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