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간 M&A 때 5% 초과 거래소 지분
처분하기도 쉬워져
한국거래소가 6년 만에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며 고난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증권사들의 구조조정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거래소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 거래소 지분을 보유한 증권사들의 지분가치가 오르면서 경영난에 처한 중소형사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보유한 거래소 지분의 가치가 기업가치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거래소가 상장되면 그 지분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가 이뤄져 증권사들의 몸값도 제대로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거래소가 IPO를 할 경우 시장가치를 매길 수 있어 매수자와 매도자 간 인수합병(M&A) 협상도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남성 메리츠종금증권 부사장은 30일 "증권사들이 소유한 거래소 지분의 장부가치가 매우 저평가돼 있는데 앞으로 거래소 상장으로 지분가치가 상승하면 중소형 증권사 M&A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도 "올해부터 개정된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을 맞추기 위해 중소형 증권사들이 자본확충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거래소 지분가치가 올라갈수록 증권사를 힘들게 경영하는 대신 청산하려는 의지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각 증권사는 보유하고 있는 거래소 지분의 장부가를 14만원으로 잡아놓았다. 이 가격으로만 계산하더라도 골든브릿지증권(001290)의 거래소 지분(3.12%) 가치는 874억원에 달한다. 이는 30일 기준 골든브릿지 시가총액인 660억원을 크게 웃돈다. 한양증권(001750)·부국증권·동부증권 등 소형사들도 지분가치와 시가총액의 차이가 크지 않다. 더구나 이들 기업의 지분가치는 앞으로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박 연구원은 "이번 거래소의 공공기관 해제는 IPO가 목적으로 보인다"며 "공공기관으로 지정됐을 때는 감사 등 각종 비효율적인 업무로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 한계가 있지만 공공기관 해제 후에는 IPO를 위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거래소 지분가치 상승은 M&A시 가격협상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점포와 영업점이 하나도 없는 아이엠투자증권이 메리츠에 1,700억원이나 되는 가격에 팔린 것은 거래소 지분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매각을 진행 중인 리딩투자증권 관계자는 "거래소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으면 좀 더 높은 가격에 쉽게 매각이 이뤄졌을 텐데 아쉽다"고 전했다. 리딩은 거래소 지분이 없다.
증권사 간 M&A 때 문제가 되는 거래소 지분 5% 초과분의 처분도 더욱 쉬워질 수 있다. 증권사사는 거래소 지분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다. 정 부사장은 "아이엠투자증권과의 합병으로 5%를 초과하는 지분 0.82%를 처분해야 하는데 거래소가 비상장사이다 보니 가격측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거래소 초과 지분 매각을 진행 중인 NH투자증권 관계자도 "거래소가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며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에 보다 좋은 가격에 팔 수 있고 기관들의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상장되면 거래소 지분이 현재 '고정자산'에서 '투자자산'으로 가치가 바뀌기 때문에 은행·증권·보험사·자산운용사 등도 거래소 지분을 투자자산으로 여기고 투자에 나설 수 있다"며 "증권업계 구조조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