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88만원세대 젊은 작가, 본업과 부업 경계서 예술을 찾다

두산갤러리 '생활하는 예술가'전

권용주, 다른작가 작품설치 부업 영상에 담아

이우성, '커다란 벽 위 청년' 불안한 현실 반영

안데스, '헌옷으로 만든 드레스' 주류에 저항

이우성 '붉은 벽돌 위에 앉아있는 사람들'

안데스·이수성 '패배를 위한 기념비'

'88만원 세대'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규정되는 이 시대 청춘의 아픔에 있어서 순수 예술에 몸담고 있는 작가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 세계 미술 시장의 호황 속에서도 유독 '나 홀로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미술시장, 가뜩이나 극소수 유명 작가를 제외하면 배고플 수밖에 없는 미술계 현실에서 이들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은 동시대 청춘의 그것과 닮은 꼴이다.


이런 현실에 주목한 두산갤러리가 본업과 부업을 넘나드는 젊은 예술가의 현실을 조망한 특별한 전시를 마련했다. 오는 2월 22일까지 연지동 두산갤러리에서 열리는 '본업: 생활하는 예술가'전은 '예술가'로 살아 남기 위해 본업과 부업을 넘나들며 생존의 줄타기를 하는 젊은 예술가의 삶을 조명한다. 정진우 두산갤러리 큐레이터는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들여놓으며 미술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작품활동을 시작한 젊은 작가들은 '예술가'라는 고고한 이름으로 살아남기 위해 부업과 본업을 넘나드는 삶을 산다"면서 "이러한 삶의 모습은 개개인이 처한 현실과 맞물리며 다양한 형태의 작업으로 나타난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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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 참여한 안데스, 이우성, 이수성, 권용주 등 4명의 작가는 각자 오랜 시간 예술 활동과 생계의 문제를 동시에 고민해왔다. 이들에게 예술활동을 지속하는 일이란 경제적 노동과 예술활동의 노동 사이, 그 직업적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점에서 생겨나는 형상을 가시화하는 일이다. 그래서 이들의 작품은 생활과 예술활동 사이에 존재하는 모호한 지점을 건드리며 그들만의 생존 방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미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유명 작가나 프로 대열에 합류한 신진 작가들과는 차별성을 확보하고 있다.

'부업'(BUUP)팀을 꾸려 다른 작가의 작품을 위한 간이 벽이나 각종 작품을 설치하는 일로 생계를 잇는 작가 권용주(37)는 부업 활동을 영상에 담아 보여준다. 권용주는 "나를 먹여 살리는 일감들이 (다소 비싼) 전시 전문가를 고용하는 대신 (비교적 저렴한) 예술가 지망생을 고용하는 국내 미술계의 관행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이우성(31)은 위압적인 커다란 붉은 벽을 하얀 천에 그린 후 그 위에 걸터앉은 사람들을 표현함으로써 가변적이면서도 불안정한 청년의 현실, 그리고 그 자신의 자화상을 드러내고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안데스(35)는 취미로 매일 다르게 옷을 입고 블로그에 기록을 남겼으나 지금은 본업과 취미가 뒤바뀌어 '취미를 돈벌이로 바꾸려는' 시도를 한다. "주류 마케팅에 저항하는 옷 입기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안데스는 황학동 시장 등에서 1,000∼2,000원에 구입해 입었던 옷을 전시장에 옮겨와 커다란 드레스 형태의 작품으로 선보였다. 권용주와 함께 전시 디자인을 해왔던 이수성(29)은 이번 전시에선 안데스의 작품을 위한 구조물을 설치하는 등 다른 작가의 작품을 보조하는 역할을 통해 이번 전시의 목적 의식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한편 이번 전시는 두산갤러리의 신진 큐레이터 양성 프로그램인 제3회 '두산 큐레이터 워크숍'에 참가한 이성희·장순강·홍이지 씨가 공동 기획했다. (02) 708-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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