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국 감세·재정확대 정책은 바람직"

서울국제경제자문단 총회 참석 포브스 부회장에게 듣는다<br>경기침체 국면에선 수요·투자심리 회복이 중요<br>미국 성장탄력 견고해 세계경제 내년 반등 예상<br>엔화 강세 불구 달러 기축통화 지위 유지할것



“한국 정부는 지속적으로 세금감면과 재정확대 정책을 병행해나가야 한다. 글로벌 경기침체 국면에서는 확장적인 통화ㆍ재정정책을 통해 수요와 투자심리를 회복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계적인 미디어그룹 포브스의 크리스토퍼 포브스(59ㆍ사진) 부회장은 한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부동산 규제완화 등 세금감면 조치를 취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포브스 부회장은 “현재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는 무분별한 통화팽창과 미국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서 비롯됐다”면서 “미국 경제의 성장탄력은 여전히 견고한 만큼 내년에는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제8회 서울국제경제자문단(SIBAC) 총회 참석차 방한한 포브스 부회장을 만나 글로벌 경제의 현 주소와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신용경색을 초래한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미국의 저금리정책과 무분별한 통화팽창, 정부의 무(無)대응이 미국발(發) 경기침체로 나타났고, 이것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연결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2003년 중순부터 2004년 중순까지 1년 동안 연방기금 금리를 1.0% 수준까지 낮췄고 국민들은 너도나도 주택시장으로 몰려들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파생금융상품이 거품을 키웠다. 미국 정부가 거품을 제거하고 달러가치를 강화하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는 바람에 문제를 더 키웠다. 불행하게도 한국을 포함한 신흥 국가들이 미국 경제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의 경우 1997년의 IMF 외환위기 악몽이 재연될 것으로 우려되기도 했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취한 조치를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 정부가 경기진작을 위해 세금감면과 함께 재정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경기침체 신호가 나타날 때는 금리인하 및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 미국 경제는 바닥을 찍고 내년에는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다. 기업 생산성은 여전히 높고 미국 정부의 선제적인 조치로 금융시장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한국 경제도 내년부터는 정상적인 궤도로 진입할 것으로 본다. 기본적으로 한국은 2,5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으며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체력)도 1997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튼튼하다. 다만 노무현 정부 때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외국인의 시각으로 봤을 때 대기업에 대한 상대적인 차별은 이해하기 힘들다. -미국의 대규모 쌍둥이적자와 가계부채 등으로 달러약세가 대세로 굳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달러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나.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본다. 세계 각국은 여전히 미국 국채(TB)를 보유하기를 희망하고 달러를 사들여 외환보유액을 확충하고 있다. 최근 달러에 비해 엔화가치가 급등하고 있는데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다. 미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일본 경제는 엔화강세가 경제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고 일본 정부는 직접적인 시장개입이나 국제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엔화강세를 저지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세계 각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엔화, 유로(Euro) 등으로 다변화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나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글로벌 신용경색이 진행되는 동안 다른 국가들은 달러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으며 신용위기가 끝나면 이런 추세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달러본위체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제통화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파탄 지경에 이르지 않는 한 이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달러본위체제는 여전히 효용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글로벌 경제의 동반침체를 막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나. ▦현재 글로벌 금융위기는 ‘정부의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신용이 팽창되고 거품이 부풀어오를 때 이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다. 금융시장이 본궤도를 벗어날 때는 일정 수준의 금융규제와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장경제체제를 훼손할 정도의 정부 개입과 규제는 오히려 시장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훼손한다. 개별 국가들이 보호주의 기치를 내걸고 시장경제의 원활한 흐름을 차단한다면 이는 더 큰 부작용과 문제를 초래할 것이다. -일본과 중국 자본이 미국 금융회사 지분을 매입하거나 기업들을 사들이고 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당연한 일이고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이다. 파생금융상품의 파괴력을 이해하지 못하고 방만한 투자를 한 금융회사나 고객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안긴 금융회사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글로벌 경제시스템에서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 1980년대에도 경기호황을 누렸던 일본은 뉴욕 록펠러센터와 페블비치골프장을 사들이는 등 미국 쇼핑에 나섰다.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한 일본이 에너지를 비축해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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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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