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일본·대만 반도체업체들 '전열 재정비'

공적자금 지원 신청·설비투자 확대로 경쟁력 회복 나서

글로벌 경기 침체 상황에서 한국과의 경쟁에 크게 밀렸던 일본과 대만 반도체 업체들이 정부의 자금 지원과 설비투자 투자확대 등을 통해 전열을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이 경쟁력 회복으로 이어질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19일 교도(共同)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유일의 D램 반도체 전문 메이커인 엘피다메모리가 공적자금 지원을 신청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엘피다의 지원요청은 일반 기업에 공적자금을 지원할 수 있게 한 산업활력재생특별조치법(산업재생법)에 따른 첫번째 사례다. 엘피다는 일본정책투자은행으로부터 약 300억 엔(약 3,900억원)의 자금 지원을 받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별도로 미쓰비시UFJ은행 등 4개 은행도 엘피다에 800~900억엔의 신디케이드론을 실시하는 쪽으로 최종 조율하고 있다. 엘피다는 D램 시장에서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수요 감소와 과잉 생산 등으로 D램 가격이 급락함에 따라 지난 3월말 끝난 2008 회계연도 결산에서 1,788억엔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엘피다는 연간 매출이 3,000~4,000억엔 규모로 설비투자 및 연구개발비가 연간 1,000억 엔을 유지해야 최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엘피다는 대만의 반도체 3사와도 기술 제휴를 추진하고 있으며 대만 정부의 공적자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본과 대만 양국의 공적자금을 토대로 재무기반을 강화, 한국과 미국의 업체들과 대항할 수 있는 생산체제를 갖춘다는 구상이다. 대만 반도체 역시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는 금융위기로 인한 수요부진으로 보류했던 투자를 서둘러 집행할 계획이다. 공격적인 설비투자는 지난 주 최고경영자로(CEO)로 복귀한 모리스 창 TSMC창업자가 주도하고 있다. 창 대표는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시장은 최악의 국면이 끝났다"면서 "회복이 길고 앞으로 몇 번의 굴곡이 있겠지만 회복 추세로 나아갈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그리스 비극에 빗대 "1막이 금융위기, 2막이 글로벌 경기침체라면 다음 3막은 틀림없이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창 대표는 컨퍼런스에서 지난 4월 15억 달러로 축소했던 올 한해 투자규모를 지난해 수준인 19억 달러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올해 연구ㆍ개발(R&D) 비용을 20%로 확대하고 1,200명으로 구성된 연구 개발팀 인력도 30% 더 늘리기로 했다. 디자인기술팀 인력도 90명 충원할 계획이다. 앞서 TSMC는 지난달 경제위기를 이유로 해고했던 직원 수백 명을 다시 고용한다고 발표했다. TSMC는 지난 2004년 21%이던 마진이 지난해 15%로 떨어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TSMC는 올 1분기 역대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중국의 경기 부양정책으로 전기전자제품 수요가 늘고 있어 2분기부터 실적이 회복세를 돌아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반영, 주가 역시 반등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세계 반도체 업계의 올해 투자규모가 지난해보다 45%가 줄어 243억 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투자 축소 움직임 속에 대형 반도체 업체가 업황 회복에 배팅한 것은 TSMC가 처음이다. TSMC의 이 같은 행보가 향후 경쟁사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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