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공기관장 평가에서 성과부진으로 경고조치를 받은 기관장 중 절반 이상이 올해는 평가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고' 기관장 중 상당수가 이미 그만 뒀거나 기관 자체가 통폐합돼 연속평가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2회 연속 경고로 해임 건의될 기관장은 아예 없거나 있어도 1~2명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기관장 평가에서 '50점 이상~60점 미만'으로 경고조치를 받은 기관장 17명 중 올해 현직 신분으로 재평가를 받는 기관장은 7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감정원(황해성 원장)과 한국방송공사(양휘부 사장), 공무원연금관리공단(김진만 이사장), 국민체육진흥공단(김주훈 이사장), 국제방송교류재단(정국록 사장),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김종성 이사장), 한국산업기술진흥원(김용근 이사장) 기관장은 올해 기관장 평가에서 60점을 넘기지 못할 경우 사실상 해임된다. 그러나 나머지 10명은 평가 대상에서 사실상 빠졌다. 토지주택공사로 합병된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대표적이다. 기관이 사라지면서 기관장 역시 자연스럽게 물러났기 때문이다. 통합출범한 LH공사의 이지송 사장은 취임한 지 6개월이 되지 않아 이번 기관장 평가에서 빠졌다. 기관장 평가는 직전연도 12월31일을 기준으로 6개월 이상 재임한 기관장에게만 적용된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지난해 기관장 경고를 받았지만 같은 해 7월 통합기관으로 출범하면서 새로운 원장이 취임해 연속 경고를 피하게 됐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과 한국정보사회진흥원 역시 기관 통폐합으로 연속으로 기관장 평가를 받지 않게 됐다. 석탄공사 사장의 경우 6ㆍ2지방선거 출마를 이유로 지난해 12월 사임했고 예술의전당 사장도 지난해 말 건강상의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은 올 2월 말 임기만료로,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3월에 각각 퇴임해 현직 자리가 공석이다. 이들은 지난해 재임한 만큼 기관장 평가를 받기는 하지만 이미 물러났기 때문에 해임건의 및 성과급 삭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무부처인 재정부는 기관장 평가가 기관이 아닌 자연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 만큼 사후적 평가도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좋지 않은 결과를 받을 경우 개인으로서 불명예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사임이나 통폐합 등을 이유로 평가를 소홀히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일부 기관장의 평가 공백은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관장의 임기가 2~3년에 불과하고 기관장이 자연인으로서만이 아니라 기관을 대표하는 역할이 있는 만큼 현 평가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관평가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한 대학교수는 "기관장 평가와 기관평가는 결국 같은 맥락으로 이뤄지는 것인데 기관장 퇴임에 따른 평가공백은 현 제도 하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