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촛불민심'에 놀란 정부 "민영화 대신 구조조정"

운영권 매각·통폐합 등 경영효율 증대에 초점


‘공기업 선진화’로 포장을 바꾼 공공기관 개혁의 방향은 민영화 숫자를 줄이되 운영권 매각, 통폐합 등을 통해 경영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공공기관 개혁방안이 민영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알려진 탓인지 급기야 수돗물 괴담 등이 부각돼 당초 취지와는 달리 부정적 여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 때문이다. 정부는 그러나 공공기관 개혁의 4가지 틀이었던 ▦소유권 민영화 ▦운영권 매각 ▦경쟁도입ㆍ민영화 ▦구조조정의 방향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논란이 되고 있는 ‘민영화’의 대상은 축소하면서 대신 운영권 매각이나 통폐합ㆍ구조조정을 통해 경영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이다. ◇여론 달래기 나선 공공기관 개혁=‘민영화’로 대표됐던 개혁의 이미지를 ‘선진화’로 바꾼 것은 부정적인 여론을 달래겠다는 정부의 속내도 숨어 있다. 물론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공공 부문 시스템의 선진화라는 게 단순히 민영화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방만한 경영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효율을 극대화해야 완성된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23일 “공기업 개혁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는 여전히 높다”면서 “다만 개혁이 민영화로만 비쳐졌던 게 문제였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 방안과 관련해 시민단체ㆍ노동조합 등 국민들의 의견도 수렴하기로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적당한 시기를 봐서 (공기업 선진화와 관련해) 공청회나 토론회를 가질 생각”이라며 “합리적 의견이 제시되면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에 노동조합과 학계ㆍ시민단체 등이 참석하는 공청회나 토론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공청회를 거쳐 공공기관 개혁방안은 9월 정기국회 이전에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변신은 쇠고기 파동 등에서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반성이 작용했다. 정부는 이미 공기업 선진화 방안 발표를 당초 6월에서 연기한 상태다. 재정부 관계자는 그러나 “합리적인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것이지 특정 이해당사자의 의견만을 수용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원칙은 그대로…민영화 대상만 줄어=‘선진화’가 공공 부문 개혁의 후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일부 조정은 있지만 그렇다고 후퇴는 아니다”는 입장이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당초 토대가 됐던 4가지의 공공기관 개혁의 틀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면서 “4가지 방향에 포함되는 숫자의 조정만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민영화의 대상을 더 줄이고 운영권 매각이나 통폐합을 포함한 구조조정의 대상은 늘리겠다는 것이다. 일단 민영화 대상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은 이미 수도ㆍ의료보험ㆍ고속도로의 민영화 불가 방침을 확정했다. 또 전기나 가스ㆍ석유는 되레 국익을 위해 대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미 민영화 방안이 발표된 산업은행을 포함해 한국KPSㆍ한국전력기술 등 한국전력 계열 자회사와 코레일투어ㆍ코레일유통 등 코레일 산하 자회사, 안산도시개발, 제주공항 등이 민영화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을 뿐이다. 대신 공공 부문 개혁은 구조조정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전망된다. 운영권을 매각한다거나 통폐합 혹은 방만 경영에 대한 메스를 대는 방식에 힘이 실리는 셈이다. 정부는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20여개 기관은 유사기능 통폐합을 통해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운영권 매각이나 통폐합 역시 해당 기관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의 전망은 여전히 미지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무적인 판단을 반영해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해 여론을 중시하고 있는 여당의 결정이 주요 변수가 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