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있는 여당 의원이냐, 중구의 딸이냐."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신은경 자유선진당 후보의 치열한 '여성 대결'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서울 중구 선거구. 1일 두 후보의 선거전은 오전7시 서울 지하철 약수역에서 쌀쌀한 바람과 함께 시작됐다.
먼저 모습을 드러낸 쪽은 나 후보였다. 검정색 정장바지에 푸른색 한나라당 점퍼를 입은 나 후보는 아직은 쌀쌀한 날씨에 캔커피로 손을 데워가면서도 연신 손으로 V자를 그리며 손을 흔들었다.
유권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나 후보의 열렬한 팬"이라며 손을 잡고 흔드는 시민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나 후보는 "지역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 편한 길을 버렸다"며 일할 수 있는 일꾼임을 강조했다.
신 후보 역시 약수역 출근길 유세로 하루를 시작했다. 연일 계속되는 선거전에도 활기찬 모습이었다. 이회창 후보가 유세에 동행해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신 후보는 자원봉사자들과 명함을 돌리며 행인들에게 계속해서 악수를 청했다.
한명이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신 후보는 "자신만이 중구를 제대로 이해하는 후보"라며 "(자신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곳 주민들의 의견 역시 두 후보 사이에서 분분한 모습이었다. 토스트가게를 운영하는 심요순(63)씨는 "지역에서 오래 산 신 후보의 인물이 아깝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나 후보가 당선되지 않겠냐"며 조심스레 나 후보의 우세를 예측했다.
반면 허성우(48)씨는 "이 지역이 한나라당이 강세를 보여왔던 곳이기는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 대한 견제론도 서서히 힘을 얻어가고 있다"며 "지역을 잘 이해하고 있는 신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나 후보가 신 후보보다 다소 앞서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두사람의 경쟁에 방송인 출신으로 16대 의원을 지낸 정범구 통합민주당 후보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표를 등에 업고 추격전을 펼치고 있어 막판 3자구도를 형성할지 주목된다.
정 후보는 이날 영화감독 이장호씨와 장상 전 옛 민주당 대표, 김민석 전 의원 등과 함께 신당동ㆍ황학동 일대에서 득표전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