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17로 하나 붙여놓고 흑19로 침공한 이 감각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좌하귀에서 흑이 후수가 되면 백이 19의 방면에 선착할 것이 너무도 뻔한 장면이다. 흑19는 백진을 부수는 동시에 백 한 점을 공격하겠다는 착점이다. 좌하귀 방면에 조성된 세력을 십분 활용할 작정이다. 그것이 겁난 콩지에는 백20, 22, 24로 연거푸 손을 써서 흑의 공세권에서 벗어났다. "흑의 자세가 너무 저위에 치우친 것 같아. 흑23으로는 일단 바깥쪽으로 한칸을 뛰고 싶은데 내 감각이 이상한 걸까?"(필자) 필자가 참고도1의 흑1을 제시하자 윤현석9단이 즉시 백2에서 백4까지를 판 위에 놓아 보이면서 말했다.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이렇게 두어도 한 판의 바둑이죠. 하지만 실전은 흑이 25로 상변을 먼저 두게 되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할 겁니다. 이세돌은 상변을 백이 먼저 전개하게 되는 것이 싫었던 겁니다."(윤현석) 흑27은 얼핏 보기에 지나친 실리챙기기 같지만 놓칠 수 없는 요처였다. 이 수로 참고도1의 흑1에 지키면 백2의 침입이 통렬하여 흑이 견딜 수 없다. "백28은 약간 중복형 같은걸. 아예 또 한번 손을 빼고 다른 곳에 두는 게 낫지 않았을까?"(필자) "그건 안돼요. 백28은 절대수입니다. 그 방면을 흑이 한번 더 엄습하면 백진은 세력이 아니라 곤마의 신세로 전락하게 되니까요."(윤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