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1조5,000억 적자 삼성重
고강도 구조조정 착수한 상황서 결국 제한적 위탁경영 불가피
자금부담 고스란히 수은 몫으로
삼성중공업이 수주부진과 재정난으로 위기에 빠진 성동조선해양을 구하기 위해 최대 7년간 영업·생산 등 사업을 돕기로 했다. 성동조선의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은 재무와 인사 등 안살림을 계속 챙기며 올해 필요한 운영자금 2,000억원을 단독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 대리인격인 수은은 다른 채권단이 모두 등을 돌린 가운데 나 홀로 성동조선을 지원하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에 부딪혔고 지난 5월부터 삼성중공업 등에 매각을 시도하다가 여의치 않자 위탁경영으로 돌아서는 등 마라톤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2·4분기 1조5,000억원대의 적자로 '내 코가 석 자'인 삼성중공업도 위탁경영이 부담스러웠고 결국 제한적인 지원방침만 내놓은 채 자금부담은 고스란히 다시 정부(수은) 몫으로 돌아왔다.
시장에서는 업황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민간업체를 상대로 '팔꺾기'를 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 삼성중공업과 수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양측이 체결한 '성동조선 경영정상화 지원을 위한 경영협력 협약'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영업·구매·생산·기술 부문을 지원하고 수은은 인사·노무·재무 등 경영관리 전반을 맡기로 했다.
지원은 내년부터 최초 4년간 이뤄지며 이후 협의에 따라 3년을 더 연장한다.
삼성중공업은 영업망을 활용해 성동조선의 신규 선박 수주를 발굴·주선하고 성동조선과의 외주계약을 통해 블록 등의 일감을 제공한다. 또 설계 등 기술을 지원해 선박 품질향상과 고부가가치선 건조역량을 키우고 구매단가 인하나 효율적인 생산관리 노하우도 전수할 방침이다.
삼성중공업은 경영지원 기간 중 성동조선의 야드와 인력을 활용해 설비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벌크선 등 중형선까지 제품군을 넓혀 시장 대응력을 높이는 등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삼성이 성동조선을 살리기 위해 일감을 찾아주는 과정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애초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에 대한 위탁경영을 검토할 때만 해도 1999년 현대중공업이 한라중공업을 2년반가량 위탁 경영한 뒤 인수해 현대삼호중공업을 출범시킨 사례와 비슷한 형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은 해양 플랜트 부실로 지난 분기 대규모 손실을 낸 뒤 임원·조직 축소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착수한 상황에서 성동조선까지 맡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수은은 어떻게든 성동조선을 살려야 했고 결국 삼성중공업의 책임을 최소화하는 수준의 이번 협약이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성동조선이 쓰러지면 좁게는 통영시, 넓게는 경남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준다"며 "내년 총선을 반년 앞둔 상황에서 정부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