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갈등은 양국 집권세력이 자신들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벌이는 정치외교적 시위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오는 10월 10년 주기의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있다. 권력층에서 치열한 정파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 민족주의 감정을 부추기며 자신들의 내부혼란을 희석시키려 한다는 분석이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의 재선이 코앞인데다 조기 총선을 둘러싸고 정파 간 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일 갈등의 이면에는 G2(미국ㆍ중국)의 글로벌 패권경쟁이 깊숙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연말에 정권교체가 이뤄져 중일 갈등이 소강상태로 들어가더라도 동북아 정세의 불안요소는 안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태평양시대를 선언하면서 적극적으로 아시아에 진출해 중국의 팽창을 막으려는 미국과 역으로 이를 돌파해내려는 중국의 전략이 충돌하면서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불안은 갈수록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동북아 정세가 과거 냉전시대의 북방3국(북한ㆍ중국ㆍ소련)과 남방3국(한국ㆍ일본ㆍ미국)의 대결구도로 다시 재편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평화와 협력보다는 대결과 갈등의 구도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이 같은 대결구도는 오래 전 러시아ㆍ중국과의 국교수립으로 해소됐으나 최근 G2 역학구도로 다시 부활되는 듯한 불안한 상황이다.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데 우리나라가 요충의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 미국과의 관계를 튼튼히 하는 가운데 중국ㆍ러시아와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 경제동맹도 적극 주도할 필요가 있다. 나진ㆍ선봉지대 개발사업 등 동북아의 다자협력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일 양국은 서로의 대결구도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은 물론 자국에도 결국 자해행위라는 사실에 유념해 적극적인 대화 노력을 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