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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IPO) 시장에서 1ㆍ4분기는 전통적으로 조용한 시기다. 12월 결산법인이 많아 보통 사업보고서 제출이 완료되는 4월 이후에 본격적으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올해 1ㆍ4분기 IPO 시장의 분위기는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작년에 비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ㆍ4분기 유가증권시장에서 신규 상장심사청구를 한 기업은 BGF리테일ㆍ화인베스틸 등 2개사다. 작년 같은 기간 동안에는 상장심사청구를 한 기업이 단 한 곳도 없었다.
다만 유가증권시장의 분위기 자체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김성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부 부서장은 "숫자적으로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IPO 시장이 활성화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에도 건설ㆍ조선ㆍ정유 등의 실적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시장 상황도 박스권에 갇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서장은 이어 "상장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들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은 가격을 받는 것인데 아직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그런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부터 꾸준히 상장 얘기가 나오고 있는 SK루브리컨츠나 현대오일뱅크 등은 여전히 구체적인 상장 시기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과는 달리 코스닥시장의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1ㆍ4분기에 코스닥 상장심사청구를 한 기업은 영화배급회사인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 건축용 철강자재 전문업체 덕신하우징, 자동차용 변위센서 전문기업 트루윈과 코넥스에서 코스닥 이전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의료기기 전문업체인 메디아나, 반도체 제조사인 아진엑스텍, KB 제2호 스팩 등 모두 6개다. 최종 상장 기업 기준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상장심사청구를 한 곳은 금호엔티 ㆍ케이사인(미승인) 등 단 두 곳이었다.
올 1ㆍ4분기 코스닥 시장의 분위기는 10개사(승인된 기업은 7곳)가 상장심사청구를 했던 2012년 1ㆍ4분기에는 못 미치지만, 확실히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박웅갑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장심사부 부서장은 "작년과 비교해서는 확실히 분위기가 낫다"며 "최근 들어 벤처 쪽으로 자금이 많이 들어가고 있어 코스닥 시장의 분위기가 좋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통상적으로 결산을 마무리하고 상장 준비에 착수하는 기업이 많기 때문에 4월부터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들의 성장 스토리도 흥미롭다. 특히 올 상반기 내 상장을 노리고 있는 NEW의 경우 누적 관객수가 1,136만명에 달하는 영화 '변호인'의 배급사로 유명하다. NEW는 변호인 외에도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7번 방의 선물, 신세계, 감시자들, 숨바꼭질 등을 배급하기도 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NEW는 한국 영화 기준으로 작년 매출액은 2,700억원, 관객 점유율은 29.4%를 차지했다. 이는 CJ E&Mㆍ미디어플렉스ㆍ롯데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대기업 계열 3대 배급사를 모두 제친 최고 기록이다. 시장에서는 NEW가 공모 시장에서 크게 흥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준비 중인 BGF리테일은 편의점 CU를 주력사업으로 하는 회사로 업계 1위다. 작년 매출액은 3조1,3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1,050억원으로 64.7%로 증가했다. 예상 시가총액은 7,000억원 수준으로 공모 규모는 최대 2,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우수한 실적에 강력한 시장지배력까지 갖춘 덕에 장외주식 시장에서도 BGF리테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장외주식 정보제공 업체인 프리스닥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BGF리테일의 주가는 전날 대비 5.47%(3,500원)이나 상승한 6,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넥스시장에서 코스닥시장으로 첫 이전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메디아나와 아진엑스텍의 성공 여부도 관심거리다. 이들의 상장 성공 여부가 향후 코넥스시장의 활성화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상장을 준비해 올 1ㆍ4분기에 상장한 기업들의 상장 결과는 좋은 편이다. 올 1ㆍ4분기에는 코스닥시장에서 한국정보인증ㆍ인터파크INTㆍ오이솔루션 등 총 3개 기업이 상장됐다. 지난 2월 상장한 한국정보인증은 공인인증서 발급 전문 업체로 공모 당시 일반 청약 경쟁률이 922대1에 달했다. 총 공모 금액은 97억원이었으며, 공모가도 1,800원으로 희망공모가의 최상단을 기록했다. 같은 달 상장한 인터파크INT의 청약 경쟁률은 492대1을 기록했으며, 총 공모 금액은 524억원이었다. 인터파크INT의 공모가는 7,700원으로 희망공모가(5,700~6,700원)을 크게 웃돌았다. 오이솔루션은 청약대박을 터뜨렸다. 2월 말 상장된 오이솔루션의 청약 경쟁률은 1,253대 1을 기록해 지난 1년 동안 가장 높았다. 청약증거금만 9,782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몰렸다. 공모가도 1만원으로 희망공모가(8,500~9,800원)을 웃돌았다. 특히 오이솔루션의 경우 작년 12월 상장을 추진했다가 상장을 철회했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코스닥 공모 시장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다.
다만 상장 이후 이들 기업들의 주가 흐름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인터파크INT의 경우 지난달 28일 2만 2,950원으로 장을 마감해 상장 첫날 종가인 1만 7,700원에 비해 30% 가까이 상승했다. 한국정보인증도 4,045원으로 상장 첫날 종가 3,335원에 비해 20% 넘게 올랐다. 하지만 오이솔루션은 1만 6,100원에 거래를 마쳐 상장 첫날(2만 3,000원)에 비해 30% 하락했다.